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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와 보다
방구석3열

보셨나요? 당신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습니다
상처받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우리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떤 상처는 마음 속 깊이 남아 치료가 필요한 병(病)이 되기도 한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생긴 정신질환들이 대개 그렇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속 두 남녀는 말한다.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포기해선 안 되며 당신도 할 수 있다고.

- 글. 전종보 기자(헬스조선)
상처 받은 두 남녀, 서로를 치유하다
‘실버라이닝(Silver Linings)’이란 ‘구름의 가장자리’, 즉 구름 뒤에 숨은 빛을 뜻하는 단어로, ‘밝은 희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플레이북(Playbook)’은 미식축구에서 사용하는 작전수첩을 뜻한다. 종합하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구름 뒤에 숨은 희망을 얻기 위한 작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과거 일로 상처 받고 정신질환까지 앓게 된 두 주인공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와 팻(브래들리 쿠퍼)이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 받으면서 조금씩 아픔을 극복해낸다.영화는 ‘양극성 장애’나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증상들을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이들이 왜 이런 질환을 겪게 됐으며, 이로 인해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도 잘 보여준다. 두 사람 외에 팻의 아버지와 친구 로니, 티파니의 언니 베로니카 등의 말이나 행동에서 크고 작은 정신과적 문제들을 발견해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양극단을 오가는 감정… ‘조울증’은 어떤 병?
극중 팻은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다. 티파니 역시 구체적인 질환명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여러 장면에서 양극성장애가 의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양극성장애란 기분이 들뜨고 흥분하는 ‘조증’ 상태와 반대로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 상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질환으로, ‘조울증’이라고도 한다.

팻과 티파니처럼 특정 사건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충격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기존에 갖고 있던 정신적인 문제, 뇌 이상, 물질 남용, 유전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조증 상태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이며 피로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또한 말이 많아지고 쉽게 화를 낸다. 간혹 화를 주체하지 못해 과격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결혼식 노래가 들릴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는 팻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대로 우울증 상태에서는 우울감·절망감·자책감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진다. 초기에는 상담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져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기복이 잦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보통 ‘리튬’과 같은 기분조절제를 사용하며,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증상이 완화돼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징크스에 집착하는 나, 강박장애일까?
영화 속 팻의 아버지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수많은 징크스를 만들어내고 신봉하는 인물이다. 늘 리모컨 방향을 일정하게 맞춰놔야 하며, 아들(팻)과 함께 경기를 봐야 이긴다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징크스나 루틴을 맹신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강한 루틴은 긴장감,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등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루틴·징크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불안감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강박장애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강박장애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불필요한 생각·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스스로 부적절한 행동임을 알면서도 강박사고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루틴의 긍정적인 효과만을 얻기 위해서는 루틴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조도구’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좋은 루틴을 갖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처, 어떤 형태로든 표출… 인정하고 치료받아야
안타깝게도 모든 이들이 팻과 티파니처럼 상처를 씻어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상처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정하지 않고 가슴 속에 품은 채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상처는 어떤 형태로든 드러난다. 티파니가 그랬고, 팻이 그랬다. 가장 좋은 방법은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받는 것이다.

양극성장애뿐 아니라 모든 정신질환이 마찬가지다. 정신질환은 환자의 치료 의지가 치료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면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에 따라 상담, 약물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치료 후에는 증상이 재발하는 것에 대비해 스트레스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미리 배워두도록 한다. 운동, 명상도 좋고, 티파니와 팻처럼 춤을 추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감정과 정신을 쏟을 수 있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