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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와 파괴 사이
화석연료의 두 얼굴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모량은 하루에 15만 7,000칼로리로, 수렵과 채집 시대에 살던 우리 선조들과 비교하면 우리가 무려 8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얻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이다.

- 글. 권호장 교수(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인류발전과 함께한 에너지 변천사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일이다. 처음 연료로 사용한 것은 나무였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삼림벌채에 따른 환경파괴는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예에서 보듯이 문명쇠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에너지원의 제한을 풀어 준 것은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발견이다. 화석연료는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저장한 고대 식물과 식물을 소비한 고대 동물의 잔존물이다.

석탄은 동일 질량의 나무보다 3배나 많은 열량을 낼 수 있는 우수한 연료원이지만 석탄에 포함된 유황성분과 불완전 연소에 따른 매연 발생으로 심각한 대기오염을 초래한다. 영국에서는 이미 13세기에 석탄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1952년에는 최악의 대기오염 참사인 런던스모그 사건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석탄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활용도를 훨씬 넓힌 에너지원이 석유와 천연가스이다.

석유는 기화시켜서 냉각하면 유황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분자량에 따라 휘발유, 경유, 중유 등으로 구분하여 생산할 수 있고 남는 것은 아스팔트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 문명 생활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고분자화합물을 얻을 수 있다. 플라스틱, 나일론과 레이온 같은 합성섬유, 페인트, 접착제를 포함한 수백 가지 고분자화합물이 원유로부터 생산된다. 천연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어 전 세계 어디든지 쉽게 운반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한때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곧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셰일가스의 발견으로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되었고 인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석유와 천연가스는 석탄보다는 깨끗하지만 유전 탐사, 운송, 자동차 연료로 태우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에 유조선이 침몰하여 서해바다가 오염된 적이 있었고,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지금도 골치를 앓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문제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기상이변의 원인 이산화탄소, 100년 사이 2배 ↑
주로 가시광선인 햇빛은 지면에 도달한 후 적외선 복사로 방출되는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가 적외선을 흡수하면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에 화석연료에 기반한 문명을 건설하면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해왔다. 산업혁명 초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0.028%)이었는데 2021년에는 420ppm에 육박하여 지난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거의 50%가량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여 1.1℃가량 상승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기온 섭씨 1℃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운 작은 변화지만 지구 평균 기온의 1도 변화, 그것도 100년이라는 단기간의 변화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큰 변화이다. 빙하기 때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6℃가 낮았을 뿐이고 공룡이 뛰어놀던 시대의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가 높았을 뿐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기온의 변동 폭도 같이 커지면서 기상이변이 일상화된다. 우리가 최근에 경험한 것만 헤아려봐도 올해 전례 없이 6월에 열대야가 발생해서 잠을 설쳤고, 2020년에는 최장 장마를 겪었으며, 2018년에는 최악의 폭염을 경험하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올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봄철에 섭씨 5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고, 유럽에서도 초유의 폭염과 함께 전례 없는 산불피해를 겪었다.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자체가 없어질 위험에 놓여 있다. 지구가 점점 살기 어려운 행성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대책이 절실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지구의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막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증가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다. 게다가 전력 생산의 30%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해외 시민단체로부터 ‘기후악당’으로 비판받기까지 하였다.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실행하고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지구가 온실가스에 질식되면 인간도 살기가 어려워진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