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동물도 쓰레기를 남긴다.
대부분 먹이의 잔해이거나 자신의 사체다. 이는 자연의 생태계 순환의 일부다. 지구상 수백만 종의 동물 중 고형 폐기물을 배출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고형 폐기물은 인간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폐기물 중 고체 상태의 것을 통칭한다. 고형 폐기물은 불과 200여년 남짓한 인류의 산업화 시대 이후 급증했다.
- 글. 조일준 선임기자(한겨레21)
연간 20억t 폐기물에도 빈부 격차
현대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2018년 세계은행(World Bank)의 세계 쓰레기 실태 보고서(What a Waste 2.0!)(얼마나 낭비인가!)를 보면, 인류가 쏟아내는 도시 고형 폐기물만 연간 20억1000만t(2016년 기준)이나 된다. 세계 인구 한 명이 날마다 평균 0.74㎏의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그보다 70%나 더 늘어난 34억t에 이를 전망이다. ‘도시 고형 폐기물’은 주거용, 상업용, 시설용 소비재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를 가리킨다.
그 절반 가까이(46%)가 매립되거나 야적장에 쌓이며, 11%는 소각장에서 태워진다. 제품이나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전체의 16%뿐이다.
쓰레기 배출량과 종류도 산업화 정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다. 고소득 국가가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세계 전체 폐기물의 34%를 차지한다. 부유국 주민의 쓰레기 배출은 빈곤국 주민보다 최대 40배나 많다. 플라스틱과 캔 등 ‘재활용 페기물’은 빈곤국이나 저개발국으로 ‘수출’된다. 세계는 소득뿐 아니라 쓰레기 생산과 부담도 불평등하다.
분해 더딘 플라스틱에 우주 쓰레기까지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폐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매립은 토양과 지하수 오염, 소각은 대기 오염, 바다로 흘러들거나 버려진 쓰레기는 해양 오염으로 직결된다. 쓰레기 매립은 대표적 온실가스의 하나인 메탄을 대량 배출해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준다.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인간이 만들어낸 값싸고 유용한 물질이지만 환경 관점에서 보면 재앙의 물질이기도 하다. 과학 저널(nature)가 발행하는 환경과학 전문지(nature Sustainability)는 2021년 6월 연구보고서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플라스틱병, 음식 용기, 음식 포장재 등
플라스틱 제품 네 가지가 인간이 만든 쓰레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인류가 배출한 쓰레기는 우주 공간에도 넘쳐난다. 2022년 현재, 지구 주변 궤도에는 2만 3,000여개의 인공위성과 우주 시설물이 떠돌고 있다. 이중 실제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약 10%뿐이다. 나머지는 임무를 마쳤거나 수명을 다했거나 폭발, 충돌, 고장 등으로 무용지물이 된 우주 쓰레기다.
한국의 생활쓰레기 재활용률 60%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쓰레기 현황은 어떨까?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2021>을 보면, 2020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기물 총량이 1억 9,546만t에 이른다. 하루에만 53만t이 넘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 셈이다. 폐기물은 그 발생원, 구성성분 및 유해성 등을 고려하여 환경부령으로 정한다. 일반인이 알기 쉬운 발생원으로 보면, 생활폐기물, 사업장폐기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로 분류된다. 이중 건설폐기물(44.2%)과 사업장폐기물(41.4%)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쓰레기 처리 시설이 없는 사업장과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계 폐기물(11.5%)과 환경오염 및 인체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지정폐기물(2.8%)이 뒤를 잇는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쓰레기 처리 방법은 크게 매립, 소각, 재활용 등 세 가지다. 2020년 한국의 폐기물 처리는 재활용(87.4%)이 가장 많았고, 소각(5.2%)과 매립(5.1%)은 전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재활용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고 반길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전체 폐기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건설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의 재활용률이 각각 99%와 84.3%로 상당히 높은 반면, 생활폐기물의 재활용은 59.5%에 그친다. 나머지는 소각(25.5%)되거나 매립(11.8%)된다.
덜 버리고 잘 버려야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대도시 고밀화 등으로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이 절대 부족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쓰레기 처리장을 신설 용지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심리도 만연하다. 쓰레기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쉽고도 효과적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면, 물로 씻어서 오물을 없애고 표시된 재질에 따라 분리배출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재활용 폐기물과 일반 쓰레기를 올바르게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하나쯤’ 하며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가 엄청난 환경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자신과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는 약간의 수고로움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는 큰 보탬이 된다.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 참고자료 : 2020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2021,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쓰레기 TMI(2021,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