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어르신들에게 가족이 되어드린다는 마음으로
아리랑요양원 김나영 원장 인터뷰
몸은 타국에 있지만, 어르신들의 마음과 정신은 여전히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이들을 살게 하는 큰 축이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독거노인요양원 ‘아리랑요양원’의 김나영 원장은 오늘도 입소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글. 편집실 사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원장님 소개를 직접 부탁드립니다.
2009년부터 아리랑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나영 원장입니다. 한국의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에 재단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독거노인요양원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한 후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이곳에서 혼자 근무하다 현재는 재단에서 파견 나온 김명섭 부위원장을 비롯해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인, 카자흐스탄인 등 현지 직원 23명과 함께 입소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아리랑요양원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자랑해주세요.
요양원에서는 건강 및 생활을 위한 의료·생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일일, 주간, 월간, 연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혈압, 혈당 등 건강상태를 확인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오전과 오후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하루 2회 놀이, 노래, 산수, 비디오 상영, 음악, 명상, 미술, 실내체조, 치매 예방 활동을 진행합니다.
또 문화공연, 보드게임, 독서, 나들이, 인터뷰 등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요양원의 모든 활동은 입소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되며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해 3월 요양원 개원일과 고려인 강제이주를 기념하여 지역주민들을 초청하는 기념식과 지역행사를 가졌으며, 지역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여 간식과 식료품 등을 전달하는 활동도 펼쳤습니다.
요양원 운영 방향성과 철학이 궁금합니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입소 어르신들에게 요양원 직원은 믿음을 주는 가족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직원과 어르신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어르신들은 이곳을 보금자리라고 여기기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가족’을 선발하는 요양원 직원 채용도 외부 공고와 인사위원회를 통해 매우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됩니다. 심사위원들은 성실성과 진정성 있는 답변을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가족이 노인을 모신 경우에는 채용에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요양원의 어르신 중심의 방향성 덕분에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장기근속자로 어르신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휴일에도 요양원에 방문할 정도로 소속감과 요양원에 대한 애정이 무척 강합니다.
입소 어르신들과 좋은 추억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저는 개원 때부터 입소 어르신 대상의 프로그램들을 직접 진행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보고 겪은 뭉클한 장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어르신들께서 어릴 때는 생활이 어려워 고생만 하다가 이제는 미술도구도 손에 처음 쥐어본다며 종이접기에 감격하시며 작품을 자랑하시던 모습, 고려사람은 고려말을 써야 한다며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며 열심히 한국말과 노래를 배워 고려인 합창대회에 나가시던 모습, 한국 사람들은 재주가 많다며 항상 웃으며 칭찬으로 맞아주시는 모습 등 너무나 많은 순간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 함께 시간을 보냈던 많은 분들을 뵐 수 없어 생각하면 종종 그립습니다.
앞으로 아리랑요양원이 어떻게 성장하고 운영되면 좋겠는지 얘기해주세요.
아리랑요양원은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 하는 시설입니다. 지금은 고려인 독거노인들만 사업대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 어르신이 아닌 젊은 고려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고려인 가족 단위로 대상을 확대해 지역사회, 우즈베키스탄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확대된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이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재외동포 사업 가치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재외동포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려인들은 우즈베키스탄 민족 구성의 10%가 안 되는 소수민족으로 대규모
강제이주의 경험 속에서 정직과
근면함으로 살아남은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입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에 김치와 국수를 전파하고, 성공적인 집단농장 마을을 운영해 고려인 노동영웅을 배출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김치를 즐겨 먹고, 한국말을 하려 노력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타인이 아님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재외동포는 우리와 조금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웃’이자 함께 성장할 든든한 동반자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