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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KOFIH
KOFIH 리포트 Ⅰ
  • 병원 설립부터 운영 지원, 의료진 교육까지…

    해외 병원 운영 컨설팅,
    유무상사업 연계해
    ‘패키지’로 지원

    • 글_ 조윤
  •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협력국에 선진 의료체계를 전파하는 기관으로서 해외 병원 운영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운영에 관한 공적개발원조(ODA)는 단순히 건물 설립을 넘어 재정, 환자 만족, 병원 경영관리 등 총체적인 컨설팅이 수반돼야 한다. 이에 국무조정실의 ODA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유무상사업을 연계하는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병원 설계 및 시공, 병원정보서비스 구축 등 유상 지원과 조직 구성, 병원 운영 컨설팅 및 자문단 파견, 전문가 양성 교육 등 무상 지원을 엮어 원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유무상 연계 병원 운영 컨설팅 사업은 코로나19에 맞선 ‘K-방역’과 더불어 해외 시장에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향후 협력국의 의료기관 운영 능력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 관련 산업이 진출하는 기회도 마련될 걸로 기대된다.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 운영관리 컨설팅사업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으로 추진된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 개원은 2016년 이뤄졌다. KOFIH는 인제대학교 병원과 함께 2013년부터 개원 준비단을 구성해 2019년까지 1차 컨설팅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종합병원 운영 경험이 부족한 모잠비크 보건부는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에 KOFIH는 1차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연속적·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병원 운영 컨설팅 2차 사업을 지난해 9월 재개했다. 지역의 4차 병원 및 교육병원으로서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1차 사업에서 효과를 거둔 지원 내용을 토대로 2차 사업은 지역사회 보건의료 네트워크 전반을 고려해 추진하고 있다.
2차 사업은 ▲임상 및 운영 역량 강화 ▲의료인력 양성 ▲지역사회 보건의료 인식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우선 임상 경력이 풍부한 간호 전문가 두 명이 현지에 파견됐다. 이들은 취약 부서로 확인된 중환자실·외과병동·응급실·수술실 등의 업무 역량 개선을 지원했다. 수혈, 혈액 관리, 상처 간호, 인공호흡 등에 대해 136명을 대상으로 총 26회의 교육을 진행한 결과, 현지 의료진의 필수 업무 역량 및 의료기기 활용 능력이 각기 3% 이상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뒀다.
한편 켈리만중앙병원을 비롯해 잠베지아주에는 화상 전문 치료시설이 없어 화상 환자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의약품 주수입국인 인도로부터 물품 수급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지원단은 켈리만중앙병원이 지역 화상센터로서 4차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했다. 우선 화상 환자 치료를 위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치료법에 대한 구체적인 컨설팅이 이뤄졌다. 또 화상 치료에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받아 이를 제공하고, 지역병원과 협력하는 연계 사업도 진행했다.
교육병원으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초 의학과정 1학년 2학기 5과목, 2학년 1학기 2과목에 대한 커리큘럼 개발도 함께 했다. 병원 질 관리(QA)와 질 향상(QI)을 위한 방안으로는 의료정보시스템(HIS)을 병원 내 전 부서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HIS는 환자 등록부터 진료와 수납에 이르는 원내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HIS가 도입되면서 병원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자 모잠비크 보건부는 이를 타 병원으로 확산시키겠단 의지를 드러내는 등 깊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컨설팅은 임상, 병원 운영, 의료인력 양성 등 다양한 현지 수요에 부응해 충실히 추진 중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의료시설에의 접근성이 제한된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2023년까지 진행되는 켈리만중앙병원 컨설팅사업은 취약 부서 지원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의 취약 부서 교육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운영관리 컨설팅사업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신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 84만여 명, 사망자는 17만여 명으로 2년에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하는 젊은 나라다. 하지만 선천성 장애를 가진 어린이 환자가 많고, 특히 심장 기형으로 수술이 필요한 신생아는 매년 2000~3000명가량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서 어린이 심장 수술은 매년 최대 1500여 명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료 역량을 강화하고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국제 수준의 4차급 선진 아동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KOFIH와 EDCF,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 참여하는 유무상 연계 지원 아래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이 개원했다.
KOFIH는 2013년 11월 양국 정부의 차관계약 이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자문단을 구성해 컨설팅사업을 계속해왔다. 초기엔 자문관을 파견해 현지 보건부를 대상으로 상시 자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후 병원건립추진단(PDI)을 구성해 우즈베키스탄의 현실을 감안한 의료 계획의 전체 틀을 짰다. 특히 신경과학센터, 비뇨신장센터, 소아외과센터, 전문소아센터,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간호부 등 임상·행정 단위 부서의 세부 운영 계획에 대해 자문했다. 각 진료과 전문의 외래 진료와 입원 주치의 제도, 간호 부원장을 중심으로 한 간호 조직 등 기존 현지 병원과는 전혀 다른 병원 운영체계가 수립됐다. 병원서비스 유료화 전환에도 성공해 자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한편 현지 병원들이 이름도 없이 진료과와 병원 숫자로 대변되는 상황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이름과 로고, 표식을 개발했다. ‘중앙아시아 최고의 선천성 질환 치료 어린이 병원’을 표방하고 그동안 러시아, 인도, 한국 등 해외로 환자를 보낼 수밖에 없던 고난이도 치료 역량 강화 홍보에 집중했다. 나아가 지원단은 의료관광을 통한 외국 환자 유치, 외국 대학병원 및 비정부기구(NGO) 협력, 국제기관의 병원 인증 추진 등과 관련해서도 컨설팅을 제공해 4차급 아동병원으로 정착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업성과는 뚜렷하다. 병원 주요 관계자 종합 역량 평가지수는 목표치였던 87%를 초과 달성해 90.2%를 기록했다. 외래 환자 80% 이상, 입원 환자 90% 이상 등 환자 만족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유무상 연계 기관인 EDCF, KOICA와 정례적으로 업무 협의를 하는 동시에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해 사업이 중복되지 않고 효율성을 높인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진행되는 2차 컨설팅사업은 자립적인 운영을 통해 위상을 확립하고자 더욱 세부적으로 분석해 지원할 방침이다. ▲전자의무기록(EMR) 개발 ▲환자 안전관리팀(QPS) 역량 강화 ▲국제 병원 인증(JCI) 획득 등이 목표다. 자문관을 구성해 지원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선진화된 병원 관리체계 구축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자문단의 현지 워크숍.
탄자니아
무힘빌리국립병원 음롱간질라 캠퍼스 운영관리 컨설팅사업

여타 동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탄자니아 역시 결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의 질병에 취약하며 이로 인해 유아 사망률이 높고 기대수명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여건하에 의료시설 환경이나 인력 양성도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 당시 탄자니아 의료 인프라는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9%, 간호사 및 조산사 수 5%, 의사 수는 불과 1%에 그쳤다. 무힘빌리국립병원 음롱간질라 캠퍼스 건립과 컨설팅사업은 이같이 의료시설과 인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태동했다.
2017년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설립된 탄자니아 사무소에는 원조 기관이 함께 입주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병원 운영관리 등 기술 협력을 담당하는 KOFIH와 금융 협력을 담당하는 EDCF는 초기부터 사업 발굴에 참여해 유무상 원조를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다.
2017년 개원한 600병상 규모의 무힘빌리국립병원 음롱간질라 캠퍼스에 대한 운영관리 컨설팅사업은 2020년 2차 사업에 돌입했다. 목표는 ▲취약 부서 역량 강화 ▲병원 운영 효율성 증진 ▲교육수련 병원으로서의 기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위험 산모·신생아센터와 의공부서 등 취약 부서 기술 지원과 교육을 위한 전문인력이 파견됐다. 의공부서에서는 현지 의공기사와 함께 병원 주요 부서를 방문해 의료기기 사용자 교육을 실시했다. 산부인과에서는 복잡한 사례를 선정해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문이 이뤄졌으며, 영상의학과에서는 전문의들의 진단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례 학습이 진행됐다. 간호과에서는 심포지엄 3회, 워크숍 12회를 포함해 수시 자문과 감염병 예방 교육 등이 진행됐다. 의료진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특히 인공호흡기 조작 실습 및 환자 간호 교육은 5점 만점의 평가를 받았다.
시스템 개선을 위해 중환자실을 포함한 병원 전체 병상에는 환자 정보가 담긴 이름표 부착을 제안했는데 잦은 투약 오류가 크게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부터는 외과 중환자실이 코로나19 중증환자 격리병상으로 사용돼 이에 대한 컨설팅도 필요했다. 파견 전문가는 개인보호장비(PPE) 탈·착의, 손 위생관리, 마스크 사용 수칙, 폐기물 처리 등 격리병동 실무에 대해 자문했다.
교육 및 연구 병원으로서 4차 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임상술기 심포지엄을 개최해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의료 인력의 임상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관리 심포지엄은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임상병리과가 연합해 진행했으며 임신 중 당뇨에 대한 심포지엄 역시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내과, 소아청소년과, 영양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다.
2023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사업은 향후 응급의료 전문가 등의 파견을 통해 4차 병원으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통계 및 모니터링 자료를 수집해 병원서비스를 평가한 뒤 개선점을 도출할 것이다. 교육용 의료기기 수리 부품 지원도 계속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 파견을 통한 탄자니아 의공파트 교육.
몽골
국립진단치료센터 핵의학실 컨설팅사업

지난해 7월 몽골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진단 촬영이 성공했다. 몽골 국립진단치료센터 핵의학과에서 이뤄진 유방암 등 암 환자 다섯 명을 대상으로 한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검사였다. 이는 KOFIH와 한국원자력의학원의 몽골 핵의학 기술 전수사업의 결실이다.
수도 울란바토르시 제2국립병원 내에 위치한 몽골 국립진단치료센터 역시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2019년 건립됐다. KOFIH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2016년부터 몽골 국립진단치료센터 핵의학 전문인력 기술교육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후 사이클로트론(하전입자 가속기)을 이용한 방사성 의약품 제조부터 핵의학 영상 판독에 걸친 전주기 기술을 5년간 전수했으며, 지난해엔 몽골 자체 기술로 질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FDG)을 생산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같이 현지 컨설팅사업은 PET/CT 검사와 사이클로트론을 기반으로 한 핵의학 기술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전주기에 걸친 핵의학 운영 기술에 관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구체적 예로 포도당 분자에 PET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F-18을 결합해 암, 뇌, 심장 등의 조직 이상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의약품의 일종인 FDG의 생산과 품질관리에 대해 상시 자문할 수 있는 온라인 화상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방사성 의약품 생산실과 사이클로트론실, PET/CT 영상실 인프라 점검도 진행했다.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11개월에 걸친 장기 초청 연수과정을 통해 PET/CT 판독 심화 교육, 단일광자단층촬영기(SPECT/CT) 판독 기술, 방사성동위원소(RI) 이해, 방사선 안전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연수생의 전공, 지식 수준, 교육 이수 여부, 근무 경력, 어학 능력에 맞춰 교육 수준도 달리했다. 또한 연수생 7인을 대상으로 운영 기술 향상을 위해 보수교육을 실시했으며, 특히 기초·심화·실습으로 구성된 총 23편의 강의는 영어 및 몽골어 자막을 추가해 제작했다. 핵의학실 운영과 관련해서는 성공적인 개소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전문가 자문을 상시 제공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필요한 현지 온라인 교육 및 세미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설비도 지원했다.
KOFIH는 현지 수요를 반영해 핵의학실의 안정적인 자립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지 컨설팅은 코로나19에 의해 몽골 국경이 폐쇄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며 지원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몽골 국립진단치료센터의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 검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