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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속으로
KOFIH 인사이드 Ⅱ
  • ‘2021 서해평화 특별기간 북한 보건의료 아카데미’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북한 보건의료 조명

    • 글_ 김보미
  • 우리 앞에 직면한 남북관계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8일, 북한 보건의료 현황과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2021 서해평화 특별기간 북한 보건의료 아카데미’가 열렸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아카데미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의 오프라인 행사(22명 참석)와 국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온라인 행사(KOFIH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 424명 접속)를 겸해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로 국경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세션1), 그동안의 대북 지원사업과 그 시사점을 공유(세션2)하는 두 개 세션으로 나뉘어 주제발표와 토론이 펼쳐졌다.
지난 10월 8일 열린 ‘2021 서해평화 특별기간 북한 보건의료 아카데미’
탈북 약사가 들려주는 북한 보건의료 이야기
“한국인 평균수명은 80세, 북한 주민은 70세”

첫 번째 세션의 화두는 ‘북한 보건의료 현황과 과제’로,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벌였다. 또한 북한 출신 약사인 이하나 경기도약사회 통일약료위원장이 ‘북한 보건의료체계’에 관해 설명하고, 이수경 인하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북한 주민의 영양실태와 한반도 영양건강공동체 준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하나 위원장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 북한 주민은 70세로, 이것이 북한 의료의 척도다. 사실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선 온갖 전염병이 유행했다”며 “최근 유엔에 보고된 북한 의료 현황 보고서를 봤는데 사망률 감소 수치를 접하면서 현지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노력이 엿보여 만감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경 교수는 북한 주민의 영양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동의 경우 체중과 신장만이라도 체크를 한다면 표준 지표에 따라 급성 영양 불균형인 아이들을 발견해 바로 표준화된 처치를 할 수 있다. 북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표준화된 처치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추가 질문인 ‘가장 우선순위로 지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하나 위원장은 “식량 보급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인구 42% 영양 부족, 농촌에선 56%가 오염된 물 마셔…
북한 주민 스스로 자립 가능한 지원이 중요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제기구의 북한 지원사업 경험과 시사점’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과 김혜영 월드비전 북한사업실장이 각 기관의 대북 지원사업 경험을 공유하고, 신영전 교수와 백주왕 KOFIH 한민족협력사업부 부장이 함께 토론을 펼쳤다.
김선 본부장은 “10여 년 전 평양 병원에 출장을 가보니 여전히 맥주병 링거액을 쓰고 있는 등 안타까운 상황을 봤다. 교류가 끊어지기 전 제약공장 협력, 기생충연구소 건립 등으로 지속가능한 지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북사업은 아프리카처럼 통역이 필요 없기에 의사 표현을 잘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북사업이 멈춰 있는 지금, 우리는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북한에 관한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중 대북사업의 특성을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김 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ODA 민간 지원금 비율이 1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라며, 민간의 지원금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영 실장은 “북한이 무기를 만드는데 왜 도와주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김 실장은 북한 전체 인구의 42.4%가 영양 부족이고, 농촌에선 56%가 오염된 개울물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 북한 주민이 1400만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날이 갈수록 더해져 현재는 인도적 지원이 거의 멈춘 상황이다. 하지만 그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와 주민들을 누군가는 챙겨야 한다. 우리가 지원하는 대상은 북한 정부가 아닌 어린이와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발표자 공통으로 “식량·물품 지원이 아닌 농사법 등 북한 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아카데미 참석자들.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의 협력 절실
긴밀한 협력으로 다양한 기관·단체의 공감대 이끌어내야

시민사회단체(CSO)가 갖는 강점에 대한 질문에 김선 본부장은 “유엔세계식량계획기구(WFP)는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CSO에 쓴다. CSO의 가장 큰 강점은 주민 의견 청취를 잘한다는 것”이라며 “정부 의견이 아닌, 주민의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이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정부에서 CSO에 대한 역할을 더 내어주기를 바란다. 북한에서 휴머니티의 가치로 주민 의견을 청취한다면 성과지표 측정의 정확도와 우리의 목표를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션2를 마무리하며 신영전 교수는 “서해평화는 남쪽이나 북쪽, 국제사회 어느 하나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다 영양가 있는 밀가루를 주고 싶어도 경제제재 등을 하는 국제사회가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또한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실력으로 남북 협력 보건의료사업을 진행해나가야 할 때”라며 발언을 마쳤다.
추무진 전 KOFIH 이사장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몇몇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현이라는 공통적 목표 아래서 우선 우리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 국제기구 등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KOFIH와 협회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관·단체의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남북 교류협력의 활로를 열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카데미가 끝난 후 온라인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잘 몰랐던 북한 보건의료 지원에 대해 알게 됐으며, 지속적인 강의를 요청한다’, ‘형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진행이 좋았다’, ‘남북한 보건의료사업에 대한 강의가 개설되길 희망한다’는 등 지속적인 강의를 요청하는 의견이 있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남북 보건의료 협력의 시작을 위해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어느새 그곳에 도착해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