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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속으로
KOFIH 인사이드 Ⅰ
  • ‘2021년 제7회 국제보건 ODA 포럼’

    팬데믹 시대, 보건의료 ODA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 글_ 조윤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적 격차가 날로 커지는 사이,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개도국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10개 선진국에서 전체 코로나19 백신의 75%를 독점하는 등 백신 불균형 문제로 개도국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135개국 조사 결과 약 9%의 국가들은 전체 의료서비스의 75% 이상이 마비될 정도로 감염병이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주는 영향이 막대하다.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9월 열린 ‘2021년 제7회 국제보건 ODA 포럼’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9월 30일 열린 ‘2021년 제7회 국제보건 ODA 포럼’

‘2021년 제7회 국제보건 ODA 포럼’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2017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보건의료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올해 포럼의 주제는 ‘팬데믹 시대, 병원 기반 국제보건의 현재와 미래’였다. 병원 기반 ODA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한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운 시기지만, 한국 기관이 지원한 병원이 감염병 대응 거점 의료시설로 지정되는 등 개발협력사업은 위기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업 수행기관들이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제에 대해 모색할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포럼은 ODA사업 수행기관과 학회가 협력해 보건의료의 핵심인 병원의 역할을 조명하고 향후 방향성을 함께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가운데 현장에는 최원일 전 KOFIH 사무총장, 송민현 KOICA 사업전략·파트너십본부 이사, 박상은 국제보건의료학회장 등 30여 명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외 병원-지역사회 ‘연계’ 강조
“단순 병원 건립 아닌 ‘투자’ 관점에서 지원해야”

주제별로 진행된 행사에선 다섯 명의 발표자가 연단에 섰다. 김우정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장은 ‘사회와 병원의 연계 경험 및 뉴노멀 시대 과제’에 대해,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는 ‘국내 지역병원 발전 성과와 ODA에의 교훈’에 대해 발표했다.
김 원장은 200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 설립된 헤브론의료원의 지역주민 대상 이동 진료, 만성질환 및 감염병 대응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대규모 확진이 이어지는 팬데믹 시대에 국제보건의 과제는 “공공병원과 비정부기구(NGO) 병원이 공공의 기능을 통합적·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거 세계보건기구(WHO), 국제개발처(USAID)가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보건의료체계사업을 진행한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의 ODA 수원 경험을 이야기했다. ODA 공여국이 된 현재는 투명하고 철저한 ODA 재정 관리와 학술논문 등 ODA 연구 근거 산출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ODA 공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김순애 KOFIH 미래전략연구부장, 김철수 에티오피아 명성병원 전 원장이 각각 ‘해외 병원 운영 컨설팅사업의 성과’와 ‘해외 병원 운영 사례를 통한 포스트 팬데믹 ODA 연계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김 부장은 “유상사업과 무상 지원이 협업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개도국 환자 중심의 병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유상 사업과 무상 지원이 대부분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해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구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전 원장은 “향후 ODA사업은 도로 건설과 병원 건축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의 미래 시장 성장을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례로 에티오피아는 현재 공장이 없어 거즈 등 기본 의료 소모품조차 수입해 쓰고 있는데 자국 내 생산을 위한 기업체 운영 등을 지원하면 국가 보건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단 얘기다.
마지막으로 조정명 KOICA SDG프로그램팀장은 ‘병원 기반 사업의 성과와 팬데믹 이후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KOICA 지원 병원들이 인접 지역 고위험 환자 후송 병원 및 교육 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과 최근 KOFIH와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간의 강화된 협업을 통해 현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향후 사업 전략으로 ▲취약계층 우선 지원을 통한 형평성 확보 ▲범분야 요소(인권, 젠더, 환경) 내재화 ▲재활·어린이 병원 등 전문병원 설립 ▲감염병 위기를 넘어 ‘Disaster Preparedness(재난에 대한 철저한 준비)’ 관점에서의 접근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념 촬영을 하는 포럼 참석자들.
‘치료 제공’ 넘어선 연구·교육 등 ‘전문성’ 강조
KOFIH, “유무상 연계사업 확대 추진할 것”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용태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임현석 우간다 베데스다병원장, 이경수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 손성일 KOICA 사업전략기획실장, 신치범 KOFIH 유무상연계사업부장이 참석해 각자 분야에서의 보건 ODA 전략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먼저 참석자들은 향후 개도국 대상 병원사업은 치료 제공을 넘어 총체적 접근을 통한 환자 케어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임 원장은 “현지에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명성병원, 헤브론병원 등은 곧 현지에 이양하고 지역사회 보건의료와 연계해 전문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지역사회 맞춤형 병원 건립을 위해 ODA사업 수행기관-지역 전문가-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와 컨설팅을 강조했다.
손 실장 역시 협업 측면에서 학계와 사업 수행기관 간의 연구·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순환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향후 병원 ODA사업을 대규모로 패키지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병원사업 기간·규모 확대를 통한 자립 운영에 방점을 뒀다.
신 부장은 신설된 KOFIH 유무상연계사업부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KOFIH는 EDCF와 함께 분야별 사업을 공동 기획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질병관리센터 건립에 대해 공동 타당성 조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 부장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향후 유무상사업의 협력 범위가 보다 명확해지고 효과적인 성과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학계의 제언을 검토해 향후 병원 운영 컨설팅사업 개발에 필요한 부분을 적용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