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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속으로
현장 다이어리
  • 종합병원 운영의 노하우를 모잠비크에!

    간호 전문 파견자,
    이원화 간호사를만나다

    • 글_ 김보미
  • 아프리카 모잠비크. 우리나라와의 시차 7시간, 비행기로 최소 39시간이 소요되는 머나먼 곳이다. 그곳에 모잠비크의 보건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다년간 장기 파견 중인 간호 전문 파견자 이원화 간호사를 만났다.
“한번은 감염관리 교육을 전 직원 대상으로 시행한 적이 있는데, 기계적으로 해왔던 쓸고 닦았던 행위들이 병원 감염과 연관되어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후 청소부원들도 본인의 업무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하게 됐다며 저를 볼 때마다 ‘따봉’을 외칩니다.”
- 모잠비크 현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무엇인지요?
“우선 제가 파견 중인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건립됐는데, 2016년 종합병원 운영 경험 부족으로 자립적인 병원 운영이 어려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지원 아래 체계적인 병원 운영 컨설팅 및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중 저는 간호 전문 파견자로서 병원 취약 부서와 의료인력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병원 운영의 문제점들을 파악해 단기 문제점 보완 및 개선 업무를 지원하고, 병원 운영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중·장기 지원 필요사항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모잠비크엔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파견 중입니다.”
- 어떤 계기로 모잠비크에 가게 됐고, 현지 적응은 어땠나요?
“추천을 받아 2년 전 처음으로 모잠비크의 켈리만이라는 시골에 의료 전문가 파견자로 오게 됐습니다. 사실 긴박한 현지 사정에 의해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긴급하게 투입됐는데요. 현지 담당자와 현지어 통역사의 갑작스러운 부재 속에 한국인이라고는 유일하게 저 혼자 남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막막했지만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정하니,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현지 동료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현지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직접 소통하고 부딪히다 보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업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 모잠비크에 도착했을 때의 첫 인상이 궁금합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놀라웠던 점은 현지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집과 거리를 쓸고 닦고 몸치장에도 엄청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병원도 기대 이상으로 깨끗해서 놀라웠습니다. 가난하지만 스스로를 깨끗이 하고 몸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항상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줍게 웃는 해맑은 미소, 순수한 마음들이 저를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한 힘인 것 같아요.”
- 현장을 둘러봤을 때 가장 시급한 사항은 무엇이었나요?
“제일 시급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은 감염관리였습니다. 병실 바닥과 복도를 매일같이 쓸고 닦지만 정작 환자들에게 직접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구들이 청소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곰팡이와 이끼가 가득 차 있었는데요. 소독과 주사 처치 같은 기본적인 의료행위에도 무균 환경관리가 부족해 환자들이 원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청소부, 행정 직원까지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내 감염의 위험에 대해 발표하고 올바른 의료기구 및 환경관리 교육을 했습니다. 또한 각 부서에 감염관리 담당자를 지정해 전반적인 의료기구 및 환경관리 조율을 맡기도록 하고, 의료기구와 환경관리 점검표를 만들어 병원 감염관리 예방을 위한 체계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의 보건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파견 중인 이원화 간호사.
- 모잠비크의 보건 현황은 어떠하고,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하나요?
“모잠비크의 보건지표 현황으로 기대수명은 평균 55.9세이며,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38.6명, 코로나19의 치명률은 1.3%입니다. 인구 1000명당 의사는 0.08명, 간호사 및 조산사는 0.40명으로 아프리카에서 인구 대비 가장 적은 의료인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켈리만중앙병원은 잠베지아주 내의 유일한 4차 병원으로 개원 이래 본 사업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 시설 및 환경관리는 잘 돼 있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이 취약한 상태로 환자의 통증, 영양, 욕창과 같은 환자 상태 평가 시스템, 수혈 환자 관리, 영상 검사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의료진 양성과정, 의료기기 관리 등 병원 시스템 개선을 위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주사기, 수액 세트, 네뷸라이저 키트 같은 일회용품 재사용이 관찰되며 감염관리에 있어 가장 큰 장애는 의료 자원 부족으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기술 지원이 필요한 응급실, 중환자실, 부인과・내과 병동, 분만실, 혈액은행을 우선순위 취약 부서로 선정했으며 심폐소생술, 상처관리, 수혈관리, 의료기기 교육과 같은 부서별 필수 업무 역량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현장의 변화를 체감할 때가 있나요?
“다년간의 모잠비크 켈리만중앙병원 운영 전략 개발 및 컨설팅사업의 지속적인 간호·의료 전문가 파견 덕분에 지역병원 각 부서별 교육의 중요성 인식과 더불어 타 국가와 형평성을 이룰 만한 의료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파견자 혼자서 이뤄낸 일이 아니라 KOFIH 본부와 현지 의료진의 적극적인 협력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2년 전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뎌 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돈이 되지 않는 교육에 참석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복도에서 저와 마주치기만 해도 저의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며 본인 부서에 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교육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료행위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훈련에 참석했던 직원들은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이전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환자 모니터와 인퓨전 펌프,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등의 의료기기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발전하는 현지 상황을 볼 때마다 다시 한 번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가 심은 작은 씨앗이 결국 열매가 되리라 믿습니다.”
- 전 세계 보건의료를 위해 뛰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꿈을 말씀해주세요.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간호 전문 파견자로 여러 나라에 머물면서 보게 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의료 발전에 보여준 ‘협력’과 ‘책임의식’은 저에게 큰 의미를 안겨줬습니다. 임상을 비롯한 이러한 여러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어디서든지 의료를 통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