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영화를
극사실주의 감염병 영화 라고
부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팬데믹을 소재로 한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영화는 맷 데이먼, 주드 로 등이 출연한 영화
<컨테이젼>이다.
특히 팬데믹 현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 글. 전종보 기자(헬스조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팬데믹을 그리다
감염병은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감염병이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죽음,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의견 충돌과 대립, 바이러스를 극복해가는 극적인 과정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관객들은 이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슬퍼하고 분노하며 또 기뻐한다. 이는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가 체감하는 감염병 시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역시 그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병이 발생하고 인간이 맞서 싸우며, 감염병과의 긴 전쟁이 종식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컨테이젼이 기존 감염병 영화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현실을 ‘극사실주의’에 가깝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바이러스의 창궐과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인류, 또 과학자와 정부 관료의 모습, 언론의 행태 등은 3년째 팬데믹을 살아가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이 영화가 1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를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스콧 Z. 번즈 작가 등 제작진은 다양한 바이러스 모델, 팬데믹에 대한 연구·조사를 목적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과거 천연두 박멸에 기여한 래리 브릴리언트 박사, 컬럼비아대 감염면역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언 립킨 박사 등 세계적인 감염병 석학들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제작진의 이 같은 노력은 의학 정보가 들어간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WHO 역학조사관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과 백신 개발 연구,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바이러스 발생 원인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MEV-1’ 바이러스의 실제 모델은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해 약 100명의 사망자를 낸 ‘니파’ 바이러스로, 뇌염과 같이 두통, 발열, 구토를 유발하는 등 증상 또한 MEV-1과 유사하다.
‘바이러스 전파자’ 박쥐, 그 뒤엔 인간이 있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최초 전파되는 과정을 ‘박쥐-돼지-인간’ 순서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니파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도 일치한다. 니파 바이러스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박쥐·돼지와의 접촉 또는 과일박쥐의 침이나 소변에 오염된 대추야자나무 수액 섭취, 환자와의 직접 접촉 등이 원인이 됐다. 박쥐는 니파 바이러스 외에도 여러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마다 ‘바이러스의 근원’으로 지목되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마찬가지다. 추정 중인 여러 원인에 무분별한 박쥐 섭취가 포함돼 있다.
이는 비위생적이고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곳에 무리지어 사는 박쥐의 생활방식과 약 1000종에 달하는 높은 종(種) 다양성, 활발한 면역체계 등과 연관돼 있다. 영화 속 ‘슈퍼 전파자’ 여성(배스 엠호프)이 다니는 회사의 개발 사업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돼지 사육장으로 날아가고, 결국 여기서부터 바이러스가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위기 속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볼거리
영화에서 과학자들이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이러스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조라는 점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곧바로 백신 개발에 착수하지만 번번이 개발에 실패한다. 시험 중인 원숭이에 죽은 바이러스를 주입해 면역력을 높이려 했으나 계속해서 항체가 생기지 않고 죽자, 병원성(감염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이를 통해 결국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죽은 바이러스’와 ‘병원성을 약화시킨 살아있는 백신’은 각각 사백신, 생백신을 의미한다.
영화는 감염병이 종식된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마무리된다. 되찾은 일상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 여전히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남은 자들의 슬픔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우리가 마주할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까.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두 간절하게 일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