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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속으로
현장 다이어리
  • KOFIH 가나·미얀마
    사무소, 하나의
    성공으로 또 다른
    성공을 꿈꾸다

    • 글_ 김보미
  • 성공은 하나의 끝이자 하나의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완성을 북돋우고 새로운 완성을 위해 나아갈 힘을 얻는 또 하나의 과정. 그 과정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토대로 2020년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는 KOFIH 해외사무소 2곳의 얘기를 들어본다.
가나 사무소 | 아프리카 보편적 건강 보장의 허브를 꿈꾸며

서아프리카의 허브인 가나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가다. 그럼에도 가입률이 정체되고 운영 효율이 떨어져 ‘보편적 건강 보장(UHC, Universal Health Coverage)’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 어디에서나, 누구나 공공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가나의 미래를 위해 KOFIH와 가나 정부는 2013년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일방적 예산 지원이나 가나 현지에 적용하기 힘든 노하우 제공보다는 가나인 스스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KOFIH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계, 가나의 건강보험청과 보건부, 가나대학교가 함께 협력 분야를 도출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해 정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한 후 현장에 정책을 도입하면서 6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착실하게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온 가나 건강보험. 가장 큰 장벽인 가입자 접근성과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KOFIH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건강보험 지사까지 평균 2시간을 걸어가 4시간을 대기한 후 신청하고, 열흘 이상을 기다려야만 보험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KOFIH는 보건지소, 시장, 학교 등 커뮤니티에 모바일 가입기를 가져가 보험증을 즉석에서 발급해주는 시범사업을 펼쳤다. 이와 함께 가입자에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의료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가입자는 15.8%, 가입자를 통한 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18.5%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재가입 시스템을 개발해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의 협력 아래 시범 적용을 거쳐 마침내 2019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또한 수기 작성 및 인편 제출로 효율성이 떨어지던 심사 청구도 개선됐다. 2018년 한국 정부의 컨설팅과 인력 훈련을 통해 개발된 자체 전산 플랫폼(ClaimIT)의 출시로 전체 심사 청구의 24.4%가 자동화돼 하루 처리 건수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2019년 말 기준).
1~2차 사업의 성공으로 가나 정부는 자체적으로 건강보험 관련 정책 의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 가입률이 40%대에서 60%로 확대되면 재정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며, KOFIH는 이러한 보편적 건강 보장의 성공이 가나를 중심으로 주변국으로, 주변국을 넘어 아프리카로 확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UHC 사업과 함께 시행된 모자보건 증진사업 역시 큰 변화가 있었다. 낙후된 볼타주 2개 지역을 대상으로 의료시설 개·보수, 모자보건 필수 의료장비 및 교육 지원, 전통산파·시설분만 연계, 외진 지역의 아웃리치 지원, 보건통계 수집·분석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한 결과 사업지 시립병원의 지역전원병원 승격, 통합 아웃리치 정부 정책 반영, 사업지 모성 사망비 하락(2017년 0건 달성 후 연간 1~2건 수준 유지), 보건부 연간 성과 사례 발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단기적인 성과는 시설과 서비스가 낙후돼 필수 의료 인력인 조산사 유치가 어려웠던 사업지 의료시설에 2배가 넘는 조산사를 파견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이 개선된 것.
올해부터 시작되는 2차 사업은 응급산과, 집중치료, 전원체계 개선, 텔레메디슨 구축 등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위험 산모를 적시에 발견하고 상급병원으로 보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나 건강보험제도 협력사업 2차 시범사업 모습
미얀마 사무소 | 탄탄한 1차 보건의료체계를 꿈꾸며

한 국가의 1차 보건의료 서비스는 지역사회 주민이 제일 처음 접촉하게 되는 의료 서비스로서 국민 건강의 바로미터가 된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인 만큼 1차 보건의료 서비스 체계를 탄탄하게 바로 세우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얀마에서 KOFIH는 2014년부터 이 과정을 촘촘하게 이어오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과거 수도였던 양곤의 중심에서 90분 거리에 위치한 인구 27만의 레구타운십. 열악한 1차 보건의료 서비스 환경으로 보건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곳에서 KOFIH는 6년 동안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을 펼쳐왔다.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은 1978년 알마아타 선언에서 채택된 표제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을 목표로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자 사회적 목표인 인간의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OFIH 미얀마 사무소는 레구타운십의 모성·신생아·아동 보건의료 서비스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식수 및 위생 환경을 개선하면서 보건의료 인력의 역량을 강화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레구타운십의 8개 보건소, 23개 보건지소, 18개 학교에 수도시설을 설치해 공공 식수위생시설을 개선하고, 27개 마을에 2752개 화장실, 18개 마을에 22개 수도시설을 설치해 지역사회 위생환경 개선에 온 힘을 기울였다.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사업인 만큼 현장에서 경험한 변화는 특별했다. 지역사회 주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수위생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 식사 후 치위생 관리 등이 실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1개 공중보건센터 건립, 6개 보건소 및 9개 보건지소 신축, 3개 보건소 및 9개 보건지소 개·보수, 1만 2000여 점의 의료장비 지원 등 시설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더불어 조산사와 지역보건요원(CHWs) 등을 상대로 교육훈련도 함께 실시해 기초 보건 인력의 역량도 강화했다. 그 결과로 1차 보건의료시설 분만율은 연평균 약 7%, 이용 환자 수는 연평균 약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실을 얻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의 참여와 보건의료 인력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을 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보건의료 인력의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데,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이를 실행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얀마 사무소는 운영 파트너인 지역 보건국과 타운십 병원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지역보건국(양곤주), 레구타운십, KOFIH 미얀마 사무소로 구성된 사업운영위원회를 통해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갖춰 운영 파트너의 책무성과 참여의식을 크게 고취했고, 이는 결국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사업의 성공으로 KOFIH는 규모를 확대해 2025년까지 ‘양곤주 북부지역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에 나선다. 규모가 커진 만큼 사업 현장 모니터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미얀마 사무소는 모니터링 횟수와 빈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며, 레구타운십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6년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 수도시설 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