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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KOFIH
글로벌 리포트 II
  •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실천

    KOFIH와 함께 구축
    하는 라오스·필리핀
    감염병 관리 시스템

    • 글_ 송준호
  • 전 세계적 재난을 계기로 세상은 다시금 깨닫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인종, 국적, 민족을 넘어 ‘인류’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로 연결된 이 세계에서 우리가 타국을 도우면 결국엔 자신을 돕는 것이다. 단지 타인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의 노하우를 나눔으로써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KOFIH가 함께하고 있는 라오스, 필리핀의 이야기다.
선진 방역기술로 체질 개선하는 라오스

라오스는 모자보건 중심 보건의료체계 협력사업과 이종욱 펠로우십 참여 등으로 한국과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북동부 시엥쿠앙, 후아판 지역은 KOFIH의 모자보건 사업 후 산전관리 서비스를 받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KOFIH는 보건시설 조성과 보건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를 통해 전반적인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 근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역시 감염병 진단과 검역체계 구축사업을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다. 이는 최근 대규모 감염병 발생에 따른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을 이행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우리 정부도 동참한다는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라오스 감염병 관리 관계자 국내 초청 워크숍 폐회식. 라오스 감염병 진단 및 검역체계 구축사업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KT와 동행한 현지 사전조사.

사업은 지난해부터 라오스 전 지역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때 한국 통신기업 KT도 ‘GEPP(Global Epidemic Prevention Platform)’으로 힘을 보탰다. 이는 감염병 발생지역과 유행 감염병 증상, 예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받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반 감염병 위험 알림 서비스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감염병 발생지역에 방문한 국민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의심 증상이 있는 국민들은 증상을 가까운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어 차후 감염병 감시와 모니터링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OFIH는 뎅기열 진단시약 3종을 지원하고, 비엔티안과 시엥쿠앙에 감염병 긴급대응팀 교육훈련을 진행하면서 검역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 보강에 나섰다.
이와 함께 KOFIH는 라오스의 감염병 관리 관계자를 국내로 초청해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실시했다. 이때 한국 감염병 관리체계를 이해하고 KOFIH의 감염병 관리사업을 공유하는 이론 강의와 함께, 질병관리본부 등 감염병 관리사업 유관기관과 국립병원 같은 국내 보건시설을 방문하고 체험하는 현장 견학도 병행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는 해외 유입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한 현장 업무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내 감염병 관리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며 현지 전문인력들은 라오스 감염병 관리사업의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
총 5년 동안 진행될 이 사업에서 2년 차를 맞은 올해, KOFIH는 본격적으로 감염병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건다. 먼저 라오스 국립역학실험센터와 도 실험실을 대상으로 진단 시약을 제공하고, KT와 협력해 GEPP의 운영을 위한 기술 자문 및 유지·보수 등을 실행에 옮긴다. 또 감염병 관리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립역학실험센터 실험실의 역량을 키우는 한편, 역학 조사관과 검역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감염병 관리 경험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인적 자원에 대한 교육훈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궁극적으로 라오스가 감염병 진단과 검역체계 운영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자립 역량을 키워냄으로써 향후 감염병 관리에서 스스로 성과를 내는 주인의식(Ownership)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관건이다. KOFIH와 라오스 보건부는 이러한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긴밀하고 유기적인 연계를 계속하고 있다.

필리핀 엑스레이 판독 교육.
결핵 없는 세상 위해 손 맞잡은 필리핀

‘It’s time!’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표어로 정한 이 말은 결핵 퇴치를 위해 행동할 것을 인상적으로 축약한 것이다. 정확히는 전 세계 결핵 유행의 조기 종식을 위해 각국이 지금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결핵은 ‘후진국병’, ‘잊힌 질병’으로 인식되지만 의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결핵 발병률 1위,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결핵 고위험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는 결핵이 다른 전염병과 더불어 여전히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필리핀 역시 마찬가지다. 결핵은 국민 사망 원인 중 6위를 차지할 정도로 필리핀에서 치명적인 질병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침과 호흡곤란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현지에는 제대로 된 검진 시스템이 부족하고 치료비도 비싸 결핵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게 환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전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KOFIH는 2011년부터 결핵 관리역량 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진화된 결핵 검진장비를 지원하고, 검진 인력을 교육시켜 신속하고 정확한 결핵 검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KOFIH와 필리핀은 먼저 가이드라인을 정해 본격적으로 결핵 관리에 나섰다. 우선 이동 검진차량과 거점병원을 통한 환자 발견사업에 착수했다. 또 현지 민간단체의 보건요원을 활용한 환자 발견 촉진활동을 장려했다. 이런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실천을 통해 지난해 결핵 환자 발견 건수 증가율은 47%나 됐다.
역량 강화사업 역시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결핵 관리 및 검사실 요원, 마을 보건요원에 대한 현지교육과 국내 초청연수를 통해 검진 시스템에 대한 자가 운영능력을 배양했다. 또 거점병원의 의료인력에 대해서도 엑스레이 판독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였다. 2017년부터는 데이터 관리자를 위해 데이터 입력 훈련과 디지털 엑스레이 유지관리 교육까지 병행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KOFIH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 팔라완 지역을 대상으로 환자 발견과 진단능력 개선을 통한 결핵 관리 중·장기 행동계획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필리핀의 책임하에 국가 결핵전략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비 지원 이후 협력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도록 장려하면서 자립역량 배양을 독려하고 있다.
향후 결핵 관리역량 강화사업의 종료 시 KOFIH는 사후 관리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기존에 지원한 기자재를 정기적으로 유지·보수해주며 현지 의공기사와 방사선사도 교육하는 자립역량 강화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학도, 진단 및 치료도, 예방도 모두 결국은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KOFIH는 팔라완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결핵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함께 건강해지는 세상. KOFIH의 꿈은 그렇게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필리핀 결핵관리 요원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