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KOFIH를 읽다
KOFIH-ing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국제보건협력의 과제
제1회 글로벌헬스포럼 현장 속으로
지난 9월 29일, 보건복지행정타운 7층 이종욱홀에서 제1회 글로벌헬스포럼이 열렸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포럼에는 보건의료분야 관계자를 비롯해 재단 직원, 국제기구 및 국제보건에 관심 있는 일반시민 1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하며 성황을 이루었다.

- 글. 정라희 사진. 마주스튜디오
국제보건협력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논의의 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KOFIH)가 주최·주관하는 글로벌헬스포럼이 본격적인 서막을 올렸다. 글로벌헬스포럼은 전 세계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국제보건의 주요 현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마련된 논의의 장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국제보건협력은 각각의 사안에 얽힌 행위자와 관련자,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WHO 등의 국제기구는 물론 개인 단위로 움직이는 활동가들도 있다. 각국의 사정과 실행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은 국제보건협력의 주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다원주의적 접근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글로벌헬스포럼은 다원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해소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글로벌헬스포럼의 첫 번째 연사는 KOFIH의 김창엽 이사장이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국제보건협력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두루 아는 전문가다.

김 이사장은 포럼을 시작하며 “한국의 국제보건협력이 분절성을 줄이려면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 간에 ‘조화(Harmonization)’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토론과 상호작용, 숙의(Deliberation)를 통한 규범 수립(Norm setting)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헬스포럼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했다. 김 이사장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KOFIH의 공식적인 관점이 아닌 연구자 개인의 의견”임을 강조하며, “논의를 촉발하고 토론하고 숙고하는 출발점으로 삼아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국제보건협력의 현실과 팬데믹 이후의 과제
본론에서 김창엽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드러난 국제보건협력의 현실을 되짚으며,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 차원으로 대응해야 했던 팬데믹 대처 과정에서 자국중심의 각자도생식 대응이 주류를 이룬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팬데믹은 국제보건협력의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보건협력의 행위자들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 일의 방식 등을 포함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을 회복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김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국제협력과 국제보건의 방향은 ‘뉴노멀’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전 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뉴노멀’이 아닌 ‘올드노멀’로 퇴보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이번 글로벌헬스포럼에서 김 이사장이 특히 강조했던 요점은 “한국의 국제보건협력은 인류가 축적해온 기본 원리와 규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국 대응체계를 갖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보건 여건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이제까지 의료보건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력, 연구개발, 정보체계 등 인류가 공동으로 축적해온 유산이 있음을 강조하며, “보건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국익론과 현실론이 대세인 상황에서도 인도주의적 관점이 여전히 가치를 갖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규범을 만들려면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국제보건협력 ‘현장’을 대표하고 파트너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김창엽 이사장은 이번 포럼이 한국 국제보건협력의 구체적인 역할을 찾아가는 출발점이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한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글로벌헬스포럼은 정기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