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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속으로
전문가의 시선

국제보건의료 분야에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져 보건의료분야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교류가 보편화된 글로벌 시대에 특히 최근 코로나19 범유행을 거치면서 보건의료 분야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글. 김열 혁신전략실장(국립암센터)
점점 높아지는 공공보건의료의 중요성
지금까지 국제보건의료의 역할이 저소득국가를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 제공과 공적개발원조(ODA)에 집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의약품 지원, 병원 건립 등의 의료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속 사업의 발굴과 보건의료분야 자국의 역량을 갖추게 하는 교육사업 지원으로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건강보험제도나 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 보건소 기능 강화 등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그 나라 여건에 맞게 구축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보다 발전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공동 개발과 공동 연구 등으로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제보건의료가 나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국제보건의료의 역할 변화에 따라 국제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공공보건의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의료기관이 지역, 계층, 분야와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정의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보건의료의 강화를 위해서 국제적 협력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 의료지원 제공 중심의 국제보건의료는 국가나 공공분야의 역할보다는 민간의 역할이 훨씬 컸다. 종교단체나 사회단체, 학술단체 그리고 민간병원들이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 의약품 지원, 병원 건립 및 의료장비 지원 등 의료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왔고,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민간영역의 의료지원과 협력하여 보건의료분야에서도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은 국가적인 협력과 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하는 기관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KOFIH)인데, KOFIH의 사업도 초기 의료지원 중심의 ODA에서 교육 사업과 각국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역량
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되면서 국외 의료지원 등 국제보건의료 협력이 위축되었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분야 국제협력은 강화되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있어서도 국제 공조가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에서의 백신 개발과 교육지원 사업도 우리나라가 앞장서고 있다.코로나19가 극복되면서 우리나라의 국제보건의료 분야 위상과 역할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주제인 국제보건의료 분야에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을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필자가 일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가 진행 중인 국제보건의료 분야 역할을 살펴보자. 국립암센터는 국가암 관리 종합계획수립 지원, 암등록 통계, 암예방 사업, 국가암 검진사업, 암 빅데이터 구축과 연구지원,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 등을 통해 암 생존률을 세계 최고 수준인 70%까지 향상시킨 우리나라 암관리 사업 성과를 견인하는 중심 역할을 해왔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암관리의 경험을 국제적으로 나누기 위하여 국제암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저소득국가 암연구자 무료 교육사업,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하는 암발생 통계 및 암관리사업 교육 등을 해왔고, 최근에는 수출입은행 지원 EDCF 사업을 통한 저소득국가 암센터 설립 지원 및 의료인 교육 사업을 수행하면서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공공병원 인프라 등에 있어서 취약점도 많지만,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의학교육, 건강보험제도, 보건소 건강증진사업과 방문 간호사업, 금연지원사업, 국가검진제도, 감염병관리, 만성질환관리, 암관리 등에서 모범이 되는 많은 성공 경험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공보건의료 각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여러 기관이 국제적인 협력 지원과 교육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에 저명 의학학술지인 에 ‘국제보건의료는 공공보건의료이다’라는 제목의 기고가 게재된 바 있다. 인플루엔자와 AIDS와 같은 감염병부터 만성질환 관리, 국가보건의료시스템 구축과 보건의료 교육에 이르기까지 공공보건의료의 역할과 추구하는 전략이 글로벌헬스 즉, 국제보건의료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국가단위의 공공보건의료와 국제보건의료의 역할과 대상에 차별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코로나19를 잘 극복하였고, 암생존률, 기대여명 등 중요 건강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은 국제보건의료에도 그 역할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우리나라 보건소를 포함한 여러 공공보건의료 기관에 더 많은 국제 연수생이 찾아 올 것이라 기대한다. 여러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세계 곳곳의 여러 기관을 지원하고 협력해 나간다면 보건의료가 가지는 인도주의적이고 보편주의적인 가치에 기반하여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국제평화에도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