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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문화산책
21세기 신종 감염병 바로 알기
  •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코로나19 백신, ‘실’보다 ‘득’이 더 커

    글_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현재 우리나라에선 국민 서너 명 중 한 명꼴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개인의 면역력을 높임과 동시에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6월 10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얀센 백신을 주사기로 옮기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처음 상용화되던 때만 하더라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코로나19가 신종 전염병인 데다, 전파력이 상당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빠르게 개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백신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직접 넣는다는 이유로 변이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이들이 포기한 일명 ‘노쇼 백신(잔여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잔여 백신을 예약했지만,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6월 25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29.6%에 이른다. 국민 서너 명 중 한 명꼴로 이미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다. 이때까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1519만9919명이며, 2차까지 완료한 사람도 452만1785명에 달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사용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화이자 백신이다. 이 백신들은 최대의 면역 효과를 보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두 차례 맞아야 한다. 최근엔 단 한 차례만 맞아도 예방 효과가 생기는 얀센 백신이 국내에 도입됐다.

‘배달꾼’ 이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전물질 넣는 화이자 백신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계를 특정 병원체에 대해 미리 훈련시켜 실제로 그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이를 재빨리 인식하고 제거하게끔 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병원체를 구성하는 일부 단백질 부분을 인식해 항체를 만들고, 면역세포들이 오랫동안 이를 기억하는 덕분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가졌다. 접종한 지 약 2주 후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들러붙을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병원체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추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주쳐도 감염되지 않고, 혹시 감염되더라도 사망에 이를 만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를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다른 바이러스에 실어 체내로 주입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얀센 백신은 사람 아데노바이러스 26형을 운반체로 사용한다.
바이러스 벡터, 즉 바이러스 운반체 안에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물질이 들어 있다. 백신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바이러스 벡터 자체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면역계가 바이러스 벡터를 병원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 바이러스 벡터에 실려 있던 스파이크 단백질을 병원체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중에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와도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해 바이러스에 대해 대항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효과는 86.0%에 이른다.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만든 백신은 RNA를 기반으로 만든 백신으로, 이번에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RNA는 DNA가 가진 중요 유전정보만 담아 만들어지는 유전물질로, 세포 내 소기관들은 이 RNA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단백질을 만든다. RNA 백신은 바이러스에서 빼낸 일부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백신 안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그래서 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된다. 일각에선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몸속에 직접 주입했다가 오히려 사람의 유전물질과 합쳐져 변이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들어 있는 RNA 물질이 사람의 DNA와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곧 분해된다고 설명한다. 화이자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효과는 약 89.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 등에서는 현재 D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 수 있는 DNA를 몸속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부작용 발생 극히 드물어… 집단면역 효과 위해 접종이 바람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주사 부위의 통증과 피로,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을 겪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은 크거나 작게 나타난다. 백신이 면역 효과를 나타내는 과정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대개 이런 증상은 48시간 이내에 사라지는데 통증을 줄이기 위해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접종자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는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호흡곤란, 혈압 감소, 쇼크 등 비정상적인 전신 반응이다. 백신 접종 후 30분 정도 병원에 머물렀다가 귀가하도록 안내하는 이유가 바로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는 경우 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자 100만 명당 약 19.5명, 화이자 백신은 약 13.7명, 모더나 백신은 약 2.4명 정도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른 백신을 맞았을 때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반응이 나타났던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평소 다른 백신을 맞고 특별히 심각한 증상이 없었던 건강한 사람이라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혈전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 유럽의약품청은 이 백신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같은 희귀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30세 미만 층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30세 이상만 접종이 가능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30세 이상에서는 매우 드문 부작용이기 때문에, 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백신이 주는 이득을 포기할 순 없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크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거나 감염되더라도 중증에 이르지 않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접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못하는 ‘집단면역’ 효과도 생긴다는 것이다.
다만 임산부나 어린이, 청소년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거의 없으므로 예상보다 극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