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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문화생활
21세기 신종 감염병 바로 알기
  • 코로나19에 독감, 노로바이러스, RSV까지…

    치료제 없는 겨울철 감염병도
    예방법 잘 지키면 OK!

  •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 코로나19와 함께 독감이 유행할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겨울철에 특히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많은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손 씻기와 마스크 등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_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코로나19 3차 유행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가 독감과 동시에 유행하면서 위중한 환자와 사망자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에서는 최근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으로 인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것에 대비해 서울시와 경기 광명·고양·부천시, 강원 원주시 등에서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독감뿐 아니라 노로바이러스 장염이나 A형간염 등 여러 감염질환이 유행하기 쉽다. 기온이 떨어지는 데다 실내외 기온 차가 커지면서 면역력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겨울철의 대표 불청객, 독감

독감은 겨울마다 찾아오는 대표적인 감염질환이다. 이름 때문에 ‘독한 감기’쯤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와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와 달리,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다. 세계에서 매년 30만~65만 명이 독감으로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다행히 독감에 대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예방접종)이 개발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그 해에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발표한다. 그러면 세계 제약회사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을 개발해 내놓는다. 매년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독감과 코로나19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지만, 고열이나 기침, 재채기, 인후통처럼 증상이 꽤 비슷하다. 그래서 코로나19 감염자라도 이를 독감으로 오인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렸는지 모른 채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릴 위험이 있다.
문제는 이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됐을 때다. 영국 공중보건국 연구팀이 지난 1월 20일~4월 24일 영국 내에서 독감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환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두 가지 감염질환에 모두 걸린 환자가 사망할 확률은 무감염자의 약 6배, 코로나19만 걸린 환자의 약 2.3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과 코로나19 둘 다 감염된 환자 가운데 약 43%가 사망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거나, 두 바이러스로 인해 폐렴 등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으로 봤다. 또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고위험군은 독감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노로바이러스 장염, RSV 등도 겨울철에 많이 발생

겨울철에는 독감 외에 식중독 발생 위험도 높다. 여름철에 상한 음식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식중독과 달리 겨울에는 주로 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이 빈번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최근 5년간 겨울철 식중독 발생 통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평균 1115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장염을 앓았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11월부터 봄까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 이하의 낮은 곳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바이러스 입자 10개만으로도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파력도 세다.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먹었을 때, 또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 감염자가 만진 문손잡이를 만지거나 같은 화장실을 이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 후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구토, 설사, 탈수, 복통, 두통 등이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에는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아직 없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며, 물을 많이 마시거나 수액을 맞아 탈수 현상을 줄인다. 다행히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쉽게 예방할 수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익히지 않은 식재료를 만진 후에는 비누를 이용해 손을 깨끗이 씻고, 어패류를 요리할 때는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어 85℃ 이상 고열에서 완전히 익혀야 한다. 어패류를 조리한 칼이나 도마를 끓는 물에서 열탕 소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하수나 물탱크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을 때는 장염이 유행할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해야 한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장염도 겨울철에 특히 잘 발생한다. 영유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구토, 심한 설사 증상을 보인다. 노로바이러스와 달리 로타바이러스에는 백신이 나와 있다.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국내에서는 산후조리원이나 신생아실, 영유아 보육시설 등에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이 집단발생하기도 한다. 이 질환은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오염된 손으로 물건을 만졌을 때 다른 사람이 이를 만지거나 콧속 점막 등을 통해 전염된다. 성인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약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12개월 이하 신생아가 감염되면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직까지 RSV 감염증에 대한 완벽한 백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유행 시기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거나 손을 잘 씻는 등 예방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감염질환이 많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감염병이라도 예방법을 잘 지킨다면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오히려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 1분기 의료기관의 질환별 방문 날짜 수를 분석한 결과 예년보다 기관지염이나 부비동염, 비인두염 등을 앓는 감기 환자가 3분의 1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대다수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손을 씻으면서 감기 역시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현실적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