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지난 8월 20일 개최된 ‘제6회 국제보건 ODA 포럼.’
KOFIH 속으로
열정 36.5℃
  • ‘제2회 이종욱 기념 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가

    • 글_ 송준호
  •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대, 연대와 협력은 이제 모든 국가의 당면과제가 됐다. 문제는 국제 정세에서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있는 각국이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지난 11월 19일, 이만만치 않은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제2회 이종욱 기념 포럼’에서 마련됐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방역지침이 엄수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포럼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KOFIH Tube’에서 실시간 중계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유발했다.
‘글로벌 보건안보’라는
시대적 과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K-방역이 전 세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요즘, 보건의료계에서 유독 자주 입에 오르는 이름이 있다. 국제 보건 분야에서 헌신하며 ‘아시아의 슈바이처’, ‘백신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명성을 드높인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다. 생전 그는 감염병 팬데믹 대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신종 감염병 발생 국가가 WHO에 즉시 의무 보고하도록 하는 국제보건협약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전략보건운영센터를 설립해 각국의 감염병 즉각 대응을 위한 비상 상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감염병 대응 시스템과 함께 자신의 별명처럼 백신 보급을 통해 세운 업적은 이번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 보건의료계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이런 그의 유지를 계승하고자 설립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을 점검하고 백신 개발의 현황을 공유하는 취지에서 이번 포럼을 주최했다. 서울 서소문 역사박물관 명례방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추무진 KOFIH 이사장을 비롯해 현 대응상황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이종욱 전 사무총장의 업적을 기리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개회사를 위해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추무진 이사장은 “코로나19는 이제 단일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인류 최고의 위기가 됐다”고 우려하면서도 “예방률이 90%가 넘는 백신 개발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백신의 실제 사용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추 이사장은 “코로나19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알찬 토론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코로나19 극복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모아지길 희망한다”라는 바람으로 개회사를 마쳤다.

코로나19 이후 국제협력,
어떻게 될 것인가

이날 포럼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이종욱 전 사무총장 재직 당시 WHO의 감염병 대응 성과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그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연대하고 협력하여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제언이 이뤄졌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코로나19와 세계 경제와의 상관성을 중심으로 왜 지금 연대와 협력이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윤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빈곤층이 빠르게 양산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그 원인을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 불평등의 여파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곳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자유시장 논리에 의존해온 미국 의료보건 시스템 아래에서 상대적 하층계급인 흑인들은 백인보다 사망하는 수치가 두세 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윤 전 장관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확보한 트럼프가 당선 후 그 지지층을 의식해 국제 리더십을 포기하고 고립의 길을 선택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입지는 좁아졌고 전 세계적인 재앙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반목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장관은 미국 내 정치뿐만 아니라 세계질서의 안정까지 달려 있는 지금의 분기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희망적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전제 조건은 조 바이든 당선자의 개혁 성공 여부다. 윤 전 장관은 51% 대 47%라는 투표 결과에서 나타나듯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미국의 민심을 어떻게 잘 추스르는가가 바이든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불평등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서민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조강연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기를 맞아 국제사회가 각자도생하기보다 연대와 협력으로 상생하는 ‘이종욱 정신’이 필요하다는 역설로 마무리됐다.

이종욱 전 사무총장 WHO 재임 시절
감염병 대응 성과와 향후 우리의 대응 방향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생전 이종욱 전 사무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WHO의 대응을 회고했다. 권 원장은 이 전 총장이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2003년 9월부터 타계 직전인 2006년 3월까지 WHO 본부에서 30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했다. 그는 이 전 총장 1주기에 맞춰 그의 말과 일화를 정리한 책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를 펴내기도 했다.
권 원장은 “이 전 총장은 추진력, 신속성, 전문성, 조정 능력, 지도력을 갖춘 리더였다”고 설명하며 여러 예를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각 회원국이 24시간 내에 WHO에 알리는 ‘국제보건규칙’ 정비다. 이 규칙은 감염병 발생 시 각국의 우수한 인력으로 드림팀을 꾸려 현장에 파견하는 제도다. 권 원장은 “환자가 300명 이내 일 때 역학 자료를 수집해 각국에 전파하고 입국을 막을지 판단해야 했는데, 이번에 WHO는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또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WHO 관련 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상황을 통제하는 SHOC(전략보건운영센터·Strategic Health Operations Centre, 현재는 JW Center for SHO로 바뀌어 약칭 ‘JW 센터’가 됨)도 이 전 총장 재직 시 마련됐다는 사연도 전했다.
권 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각국이 각자도생하도록 놔두는 것은 국제기구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WHO 같은 기구가 주도해서 지침을 마련하고 백신이 개발됐을 때 우선순위를 둬서 어느 지역부터 접종을 할지 리더십을 갖고 조율해야 했다는 말이다. 현재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는 겨우 87개국만 참여를 확약한 상태. 이마저도 미국은 참여하지 않고 중국은 1%만 가져가겠다고 생색만 내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발언이었다.
마지막으로 권 원장은 백신 개발과 보급에 대한 계획을 밝히며 최대한 치명률을 낮춘 상태로 백신접종을 하게 한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겨울은 완전히 달라질 것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백신 분배의 불평등 해소

이종구 글로벌보건안보대사는 현재 예방접종과 관련된 이슈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할지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우선 그동안 논란이 돼온 ‘집단면역’ 문제에 대해 “이것이 성공하려면 인구의 66%가 면역을 가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정리했다.
이 대사는 “일부러 노출해서 집단면역을 하겠다는 생각은 인류사에서 처음”이라며 시도 시 취약계층 보호가 어려워서 결국 노인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단면역 자체가 정치도구화될 우려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경우 선거 전략으로 봉쇄 조치를 빨리 풀고 집단면역을 사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사는 “면역이 60~70%이면 집단면역이 이뤄지는데 실제로는 인구의 거의 80% 이상에게 접종한다고 생각하고 백신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등장한 이슈가 일상생활로 돌아가서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추구하자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Great Barrington Declaration)이다.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낮은 사망 위험을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에 복귀하고, 노령층 등 고위험군만 집중 보호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이 대사는 자연노출에 의한 항체 생성도 현재 지속성을 모르는 상태이고, 자연면역을 할 때 집단의 선택에 관한 정당성이나 윤리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공공재로서의 예방접종과 관련해서 이 대사는 최신 정보나 과학적인 증거에 입각해서 이런 공공재가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상당히 복잡한 절차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해서 접종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나리오를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사는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확보하고 접종이 다 끝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 예절 같은 개인의 행태 유지는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K-방역의 핵심인 경로 추적, 격리, 빠른 치료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사는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국민 참여도 필요하고 경제와 방역의 균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개발과 수입 현황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 발제했다. 성 단장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백신을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굉장히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발에 최소 10~15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신속한 개발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아직 다 파악되지 않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빠른 개발이 어렵다. 다만 백신 개발 플랫폼 중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mRNA 백신, 벡터형 백신 등을 활용해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바이러스 특성에 있어 안전성을 완전히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범정부 실무추진단을 조직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의 백신 실험은 K-방역의 출중한 효과로 인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임상실험을 하려면 해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백신의 우선 구매와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다. 백신이 공공재라는 인식을 통해 세계 각국이 감염병에 동등하게 대처하는 ‘세계시민’적인 의식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소위 코백스 매커니즘을 통해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초에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선금을 납부한 상태다. 구매 후보로 예상되는 백신이 전 세계에 다섯 종류 정도 있는데 어떤 백신이 가장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위험 분산을 위해 플랫폼이 다른 두세 가지 이상의 백신을 종류별로 습득하자는 것이 기본 정책이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서는 공급회사가 구매한 정부에 면책 조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 선택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성 단장은 코로나19 이후의 백신 개발 전략은 매우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좀 더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DNA 백신, RNA 백신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언젠가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등장할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하고자 하나의 백신으로 모든 변종에 대처하는 소위 ‘유니버설 백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성 단장은 향후 10~20년 동안 출현 가능한 다양한 질병을 미리 대비하자고 제안한다.

ODA 유상 분야 협력국 코로나19 지원
사례와 향후 방향

김태수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겸 경제협력본부장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 양상에 대해 발제했다.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자금으로 4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김 부행장은 개도국의 긴급 상황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당시 특별한 예산지원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 절차는 협력국 정부의 수요에 따라 차관 방식을 적용해 공급하는 대응체계에 따라 이뤄졌다. 협력국 정부와 국제개발은행의 네트워크를 통해 K-방역 의료기자재와 보건예산 등의 수요가 확인되면 상황에 따라 기자재 차관과 프로그램 차관이 적절하게 활용된다. 이후 국내 의료기자재 기업 현황과 공급 가능 물량을 파악해 KOFIH 등 보건 분야 무상 전문기관과 협력해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10월 말 현재 8개국 10개 사업에 3억9500만 달러가 승인 완료된 상태다. 몽골,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같이 의료기자재를 요청한 나라에는 신규 기자재 차관이 지원됐다. 반면 파라과이, 가나, 필리핀,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처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원을 요청한 국가에는 프로그램 차관이 지원됐다.
김 부행장은 향후 EDCF가 보건의료 분야 지원 방식에서 다양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지원 수단을 다각화해 보건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 번째는 유·무상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건강의료보험·심사평가제도와 감염병 대응 K-방역 제도 등 무상 정책자문을 연계하는 한편, 사업 초기부터 연계 패키지를 구성해 협력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다. 세번째는 민관 협력사업이다. EDCF와 민자병원사업을 결합해 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운영과 지원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김 부행장은 “최근 사업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금만으로는 개도국에서 요구하는 지원 수요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EDCF는 앞으로 유·무상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개발기구나 수출입은행에서 운영 중인 여러 금융 방식과 혼합하면서 대규모 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