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전경.
KOFIH 속으로
The Way Forward
  • 보건의료 전문기관으로서
    KOFIH의 대북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

    • 글_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과 교수,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그간 남북관계는 정치, 군사적 이슈, 경제적 협력 전망 등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보건의료도 다뤄지긴 했으나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국제적 감염병 위기 상황은 22만㎢라는 작은 땅덩어리를 공유하고 있는 남북한 간 보건의료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제는 ‘건강안보’라는 말이 익숙한 표현이 됐다. 또한 비정치적 영역인 보건의료의 창의적 협력이야말로 꽉 막힌 남북한 정세를 돌파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의 대북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략적 로드맵에 기반을 둔 단기 방향 수립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거시적 맥락에서 조망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보건의료협력이 선도적 역할을 점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타 영역과의 협력과 연계를 고려한 포괄적인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의 관점이 견지돼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다.
KOFIH는 대북사업과 관련한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가?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론 어떤 사업을 벌여나갈 것인가? 교류협력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성과가 축적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2021년의 단기적 추진 계획도 중장기적 전망과 로드맵 속에서 고려돼야 한다.
당장 내년도에는 전 세계의 보건학 위기를 남북 보건의료 개발협력의 변곡점으로 만들 계획을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 방역도 개발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남북한 보건의료인들이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동아시아 전문가회의 같은 방식부터 지원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을 넘어선 상생하는 개발협력

북한은 긴급구호적인 일회성 인도 지원을 받는 것으로부터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추진으로 자신들의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을 2005년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소규모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부터, 대규모의 체계적 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핵 강국으로서의 자신들의 국가 위상을 의식하며, 돈과 물자에서부터 인력 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대적 요청과 북한의 전략 계획 그리고 실제적인 미충족 욕구(Unmet Need)에 주목하며, 남북한 서로의 장점으로 협력하며 상생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방호물품 생산기지로 전환시켜 남북한 공동이익 창출과 세계적 위기 극복에 기여하자는 것도 한 방안이다. K-방역의 성공적 경험과 북한의 고전적 방역의 장단점을 보완해 북한의 봉쇄를 푸는 데도 기여하게 하고, 한반도형 방역모델로 개발해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
또한 보건의료 인도적 지원의 경우도 완제품의 제공보다는 원료나 기술을 공급하여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며 사회적기업의 형태로 이익과 사회공헌을 병행하도록 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안들이 고려돼야 한다.

2020년 5월 열린 ‘북한 보건의료·개발협력 아카데미’.
보건의료 전문성에 기반을 둔 거버넌스 선도

대북 보건의료 활동에는 매우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한 많은 관계부처들이 있고, 관련 공공기관들도 있으며, 다양한 경험과 자원, 열정을 가진 국내 비정부기구(NGO)들도 있다. 대학 등의 교육기관, 대형병원 등의 의료기관, 그리고 종교기관들도 있다. 또한 17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고 많은 국내 기업들도 있다. 많은 기관들이 고유의 장점과 경험 그리고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중 보건의료 개발협력에 특화된 대표적인 기관은 KOFIH다.
따라서 KOFIH가 남북 보건의료 개발협력의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기관들을 네트워킹하여 이들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2018년에 시작한 ‘남북 보건복지 민관협력 포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칭 ‘한반도 보건의료 개발협력위원회’ 설립을 선도하고, 인도적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추진으로 남북협력의 방향을 전환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은 지금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방역 조처로 취한 북한의 자발적 국경 폐쇄는 유엔 제재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홍수 피해까지 덮치면서 보건의료 영역에도 삼중고의 충격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국내 민간단체의 지원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와 환경, 영양의 부족 등은 언제든 북한의 건강안보를 폭발시키는 심각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북녘 땅에서 건강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당장 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하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돌파구를 만들고 호혜적 차원에서 창의적 방식으로 생명의 끈을 연결하자. 코로나19가 초래한 문명사의 역진 속에서 한반도의 전진을 이뤄내자. 그리고 그 중심에 KOFIH가 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