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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아리랑요양원
코로나19 대응 현장신속한 K-방역 조치로
다시 찾은 일상- 글_ 송준호
- 고려인 강제이주 1세대 동포와 여러 사정으로 가족의 부양이 어려운 독거노인 동포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2010년 개원해 운영 중인 우즈베키스탄 아리랑요양원은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했다. 입소자들은 고령의 어르신이어서 더욱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의 신속한 대처로 요양원은 며칠 만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비상회의부터 파견까지… 긴박했던 3일
지난 10월 6일 KOFIH는 비상대책반 구성으로 분주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아리랑요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006년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건립된 아리랑요양원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순방 때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확진 상황은 심각했다. 10월 5일 시행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RT-PCR) 검사에서 입소 어르신 34명 중 25명에게서 양성 결과가 나왔고, 의심(potential) 4명, 음성 5명, 그리고 직원 24명 중 양성이 11명, 의심이 5명, 음성이 8명으로 판명된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는 소식을 접한 후 전문 의료진 급파와 치료용 의약품 지원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10월 8일에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외교부, 국립중앙의료원 및 KOFIH 측이 참석해 의료진 파견 사항을 논의했다. 그리고 다음날 추무진 KOFIH 이사장과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등 3인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파견됐다. 의료진은 우즈베키스탄 방문 시 요양원 입소자들과 교분을 나눴던 김정숙 여사가 직접 쓴 손편지와 고막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의료용품들을 전달하는 임무도 맡았다.
이들은 도착 첫날 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치료 방침과 경험 등을 토대로 요양원과 현지 의료 상황에 맞는 치료 계획과 코로나19 전문병원으로의 전원 기준 등을 현지 의사와 협의해 결정했다. 우선 요양원을 확진자 및 미감염자 구역으로 나누고, 개별 숙소로 흩어진 증상이 심한 어르신들을 모아서 돌보기 위한 집중관찰실을 확보했다. 또 이동 동선을 확정하고, 현지 의료진에 감염관리 방침과 방호복 착탈 교육 등을 시행했다.
무엇보다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가장 시급했던 의료진 지원과 렘데시비르 등 의약품에 대한 공급, 전원이 필요한 어르신 발생 시 코로나19 전문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청해 지원을 약속받았다.
물론 이렇게 국내 의료진이 투입되기 전까지 현지에서도 상황 대처에 구슬땀을 흘렸다. 10월 4일, 일부 입소자와 직원에게서 발열 증상이 발견된 후 아리랑요양원의 김나영 원장은 KOFIH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의 유욱진 소장에게 연락을 취해 신속진단키트로 검사를 진행했다. 다음날에는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PCR 검사도 추가 시행했다. 그 결과 집단감염을 확인한 김 원장은 입소자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한편, 직원 임시 사무실을 만들고 방역에 방해가 되는 양탄자와 침대 등 비품을 정리해 의료에 필요한 처치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또 KOFIH 본부와 주(駐)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과 상황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이처럼 현지 인력과 파견 인력의 공조를 통해 최악으로 치닫던 확진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이번 요양원 확진 사태에는 KOFIH의 전 직원이 비상체제로 임하며 현지 확진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요양원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았다. 의료팀에 이은 우즈베키스탄 지원 출장도 잇따랐다. 최성정 감사실장과 강진호 민관협력사업부장은 10월 12일 입국해 3주간 현지에 머물며 공백 상태에 빠진 요양원의 빈틈을 메웠다.
김나영 아리랑요양원 원장의 확진으로 요양원 운영 지원에 나섰던 최성정 실장은 입소 어르신의 의료 지원과 직원 근무관리를 병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출장으로 현장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현지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협력해 빠른 시간 내 코로나를 극복하고 누워계시던 어르신들이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어 큰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아리랑요양원을 찾은 한국 의료진.
- 현지 상황 공유 및 자문 영상회의.
-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아리랑요양원의 정상화 모습.
계속되는 도움의 손길, 정상화를 향한 노력들
의료물품 구매 지원과 코로나19 긴급자금 회계 지원을 맡은 강진호 부장 역시 “이런 사업들이 국제보건의료를 하는 KOFIH의 의미 있는 사업이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아리랑요양원에 대한 지원과 큰 관심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0월 30일 현재 아리랑요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 및 현지 전문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격리해제 상태가 됐다. 20여 일간의 힘겨운 싸움은 국내외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빠르게 정리됐다. 하지만 KOFIH는 여러 가지 상황 정리와 점검을 위해 또 다시 직원을 파견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1월 6일부터 18일간 현장을 방문한 공인재 한민족협력사업부장은 요양원 격리해제에 관한 공식 문건 보고와 아리랑요양원의 이미지 인식 개선, 재감염 예방을 위한 체계 구축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현지 직원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근무하고 있는지 새삼 느꼈다”며 “앞으로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두 달에 걸친 이번 아리랑요양원에 대한 파견과 지원은 그 자체로 인도주의적 실천의 모범으로 남을 만한 일정이었다. 국적과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탠 이들의 땀방울은 그 어떤 재화의 가치보다 귀하게 느껴진다.
김나영 아리랑요양원 원장
“힘이 돼주신 모든 분께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립니다”- 현재 요양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10월 말 요양원 전체가 격리해제됨에 따라 11월 초부터 일상 복귀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입소 어르신들은 코로나19 확진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직원 역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명상, 노래교실, 물리치료실 등 다양한 요양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는 특히 고령자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졌는데, 입소자들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입소 어르신 평균연령은 86세로 많은 분들이 고혈압, 치매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양원에서는 확진 후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을 구분해 관리했고 현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제거돼 어르신들과 직원 모두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 김정숙 여사의 위로 편지를 받으신 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어르신들은 한국에서 우리를 많이 생각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하시고, 할머니 한 분이 다른 분께 편지를 읽어주기도 하셨습니다. 전씨 할머니는 편지를 읽으며 우셨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에 힘드셨을 입소 어르신들에게 한국에서 온 편지는 큰 위로가 됐습니다.”
- 향후 요양원의 환경 개선이나 직원에 대한 감염병 관리 교육도 필요할 듯합니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요양원 직원 및 의료진은 감염병 대응 방법을 배웠습니다. 특히 ‘아리랑요양원 예방·안전 표준근무지침서(Standard Operating Procedure: SOP)’를 마련해 직원 교육과 1일 3회 지침 준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본인도 감염될 정도로 당사자이자 책임자로서 고생이 많았는데 소감을 남긴다면. “힘든 일이 닥쳤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요양원과 어르신들의 평온한 일상을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찾은 희망과 함께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돼주신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기관,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및 교민단체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빌어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