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IH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건강한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해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1996년 앰뷸런스 지원을 필두로, 북한 보건의료인 교육사업, 제약공장 기초의약품 생산 지원사업, 나선지역 결핵 등 감염성 질환관리 지원사업 등 북한 보건의료 발전과 체계 강화에 필요한 사업들을 지원해왔다.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서 특히 피해가 큰 것은 영유아와 산모,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층이다. 2017년 유엔아동기금(UNICEF)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은 1000명 중 15명꼴로 1000명 중 3.3명인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KOFIH는 지원의 시급성과 장기적 기대효과를 고려해 영유아와 산모를 지원하고 있다. 2010년부터 2년간 북한 어린이 B형간염 예방접종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민간기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북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KOFIH는 북한 지원뿐만 아니라 정책 수립의 근거 마련, 정보 공유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북한 보건의료 개발 지원 과제와 추진 전략 세미나 개최, 남북 보건의료 통합 준비를 위한 한·독 심포지엄 등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와 협력해 장기적인 협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특히 2013년 발간된 보건의료 백서는 지난 20년간 진행된 대북 보건의료사업을 정리함으로써 북한 보건의료 지원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첫 발간 후 6년 만에 개정이 이뤄져 그동안의 남북 협력과 북한 보건의료체계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개정판은 북한 보건의료체계와 보건의료 지표를 다루는 1부, 국내외 대북 보건의료 지원 경향을 분석하는 2부, 북한 보건의료 현황을 분석하는 3부로 구성돼 1990년부터 2017년까지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KOFIH의 북한 보건의료 협력사업은 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운영 중인 북한 보건의료 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이 사업은 북한 보건의료 지원 분야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민간단체, 전문가, 유관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수강생의 수요와 필요를 반영해 아카데미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와 공동 개최하는 등 북한 보건의료 지원 내용과 함께 대북 지원에 필요한 제반사항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KOFIH는 아카데미를 통해 기본적인 북한 보건의료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남북한 감염병 대응 협력방안’이나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 경험’과 같은 최근의 이슈를 반영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관심과 정보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오프라인 강좌와 온라인 강좌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19년 외교부 기준 약 750만 명으로 집계되는 재외동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국적마저 다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정의에서 재외동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이다. 나아가 재외동포의 정의는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의 혈통을 지니고 외국에서 거주하는 이를 포함한다. 이처럼 우리와 동질성을 지닌 이들이지만 지리적·물리적 거리 때문에 기본적인 보건의료의 혜택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KOFIH는 이들의 건강 증진 등 삶의 질 향상과 민족적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취지에서 재외동포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독거노인 아리랑요양원 운영, 독일 파독 근로자 보건의료 지원사업, 러시아 사할린 잔류 1세대 동포 의료 지원사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가장 오래 전개되고 있는 사업은 우즈베키스탄 아리랑요양원 운영이다. 고려인 동포 1세대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2010년 개원해 운영 중인 아리랑요양원에서는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의료 및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 체조와 산책 등을 통한 체력 증진, 치매 예방 프로그램, 말벗 서비스 등을 병행하며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함께 관리한다.
또한 파독 근로자 출신 동포 가정을 방문해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한민족의 정체성과 건강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할린에서는 현지에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잔류 1세대 동포를 국내에 초청해 진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6년에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85명의 동포들이 위암·대장암·전립선암·백내장 수술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주치의를 배정하고 통역과 간병인을 배치하는 등 편안한 환경 조성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 사업도 추진했다. 베트남 귀환여성 자녀에 대한 의료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사이에서 태어난 한국 국적 자녀가 현지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녀를 대상으로 건강 검진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베트남 귀환여성 등 자녀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자녀 돌봄 건강정보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KOFIH는 현장 중심 사업 수행을 위해 베트남 ‘코쿤 껀터(KOCUN-Cantho,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 껀터 사무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수행하고 있다.
올해 재외동포 보건의료 지원사업은 지난해 상황을 개선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려인 독거노인 요양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예방과 안전관리 강화체계를 구축했으며, 독일에서는 파독 근로자 방문 보건 서비스 봉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오리엔테이션 시 관련 교육을 추가했다. 또 사할린 잔류 1세대 동포에 대한 의료지원 사업은 현지 프로그램 운영 지역과 수혜자를 확대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는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로, 건강검진 대상자 범위를 지난해의 ‘한국-베트남 자녀’에서 올해 ‘귀환여성 등 자녀의 보호자’로 확대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KOFIH는 현재 키르기스스탄 등 재외동포 거주국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펼치고 있어 신규 사업의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보건의료의 사각지대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있다. 이들은 몸이 아파도 평일 근무시간에는 병원 방문이 어려워 약으로만 버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야근이 많은 제조업의 업무 특성상 진료 시간에 병원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몸이 아픈 직원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외출 허락을 구하려는 시도도 못한다.
이런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KOFIH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우선 이동이 어려운 이들의 여건을 반영해 2007년부터 이동진료 차량을 운영하며 무료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강화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의료기기와 의약품, 의료 소모품 등의 지원을 통해 진료소로서의 기능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더 다양한 진료가 가능해졌다.
전국 각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최대한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협력단체 및 기관과 연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KOFIH는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단체로부터 지원신청서를 접수해 검토 후 이동검진 차량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동검진 차량 신청단체 지원은 무료 진료 기관·단체 지원사업에서 KOFIH가 목표로 하는 총 130회 중 110회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사업이다. 이는 지역을 불문하고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각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KOFIH는 기본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신청한 진료단체를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보다 나은 진료 환경을 위해 이동검진 차량의 유지 보수도 중요하다. 특히 공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라 차량의 최초 등록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올해는 안과·이비인후과 이동검진 차량의 노후에 따라 신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년부터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안과·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KOFIH는 다국어로 된 건강 자료를 제작, 배포해 외국인 근로자 스스로가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점검할 수 있게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또 파상풍이나 인플루엔자 등에 대한 예방접종도 지원하는 등 기본적인 건강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그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때문에 의료기관 방문도 쉽지 않은 이중의 어려움까지 겪었다. 더불어 그동안 추진돼온 의료봉사도 주춤한 경향이 있었다. KOFIH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위축된 의료봉사를 확장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은 전 세계가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시켰다. 국제협력과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환기한 것이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우리 정부는 해외에서 지진이나 태풍, 사이클론,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 발생 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Korea Disaster Relief Team)를 파견해 긴급구호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 KOFIH도 구호대의 일원으로 의료팀을 구성해 파견하고 있다. 실제 재난 발생 상황에 대비해 KOFIH는 평소에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그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해 의료팀의 역량 강화를 수행하고 있다.
재난 상황이라는 것이 총체적 난국임을 감안하면, 지원하는 국가에서도 여러 부서가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래서 현재 KDRT도 보건복지부나 KOFIH뿐만 아니라 유관부서가 공조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가령 외교부가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업무 총괄과 조정을 맡고, 보건복지부가 피해국에 파견할 의료팀의 선발과 구성, 인력풀 총괄 관리를 맡는 식이다.
해외재난 발생 시 중앙119구조본부가 구조팀을 파견해 현장 구조 활동을 수행하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선발대를 파견해 의약품이나 장비 같은 재난 물자를 관리한다. KOFIH는 의료팀의 민간 인력풀을 관리하면서 2, 3진을 파견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상시에는 이 모든 부서가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체계 안에서 KOFIH는 이제까지 국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마다 현장에 의약품을 지원하거나 의료팀을 파견하며 인도주의를 실천해왔다. 2008년에는 사이클론의 피해를 입은 미얀마에, 2010년과 2015년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와 네팔에 의료팀을 파견해 고통에 신음하는 현지인들의 구조와 치료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현장 경험이 쌓이면서 KOFIH의 대처 노하우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진행 중인 해외재난 긴급구호 지원사업은 의료팀의 교육 훈련, 인력풀 관리와 운영, 관계부처·기관 간 협력으로 더욱 체계화됐다. 특히 해외재난 발생 시 의료활동에 대한 국제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각국 의료팀은 WHO가 마련한 응급의료팀(EMT) 기준을 준수해 의료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생겼다. KOFIH는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훈련을 실시하며 의료팀의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