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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문화생활
21세기 신종 감염병 바로 알기
  • 치료제·백신 개발 박차…
    ‘코로나19 해결사’ 나올까?

  • 여전히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치고 있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아직 완벽한 치료방법이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존 약물과 약물 후보물질, 완치자의 혈장 등을 이용해 코로나19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글_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언제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처럼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발생한 코로나19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코로나19를 완벽하게 치료할 약물이나 감염을 억제하는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집 밖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사람 간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던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속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체를 DNA가 아닌 RNA에 담고 있어 돌연변이가 잦은 만큼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가 까다롭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숙주의 세포로 침입해 증식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약발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기존 약물 중에서 ‘코로나19 해결사’ 찾는 중

현재 국내외 병원에선 코로나19 감염자의 증상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고열이나 기침 등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열을 떨어뜨리고 세균이나 다른 바이러스에 이차적으로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치료를 한다. 하지만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 위독한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겐 이미 오래전부터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던 기존 약물 중에서 몇 가지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다.
이들 약물은 세계 곳곳의 병원에서 임상을 통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칼레트라의 경우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증식할 때 필요한 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코로나19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작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치료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기부터 일찌감치 쓰이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던 ‘램데시비르’와 에이즈 치료제와 다른 항바이러스제(인터페론)를 병행하는 요법, C형간염 치료제(리바비린)도 코로나19 치료방법으로 권고되기도 했다.
이렇게 기존 약물을 쓰는 이유는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모두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쓰이고 있는 약물들은 수년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도 확인됐다. 그래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효과가 확실히 있는지, 있다면 구체적인 작용 원리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약물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던 치료물질 중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완치자의 항체를 약으로 만든 혈장치료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들의 혈액을 농축, 정제해 개발하는 혈장치료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등 혈액세포와 혈소판을 제외한 액체 성분이다. 이 안에는 여러 단백질과 무기질이 들어 있다. 특히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됐다가 나은 사람(완치자)의 혈장 안에는 항체가 들어 있다. 이 덕분에 동일한 병원체가 다시 침입할 경우 면역계가 이를 기억해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막아낸다. 이미 사스나 에볼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혈장치료제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완치자마다 혈장에 든 항체의 양이 다르고, 혈장 안에는 항체 외에도 여러 성분이 들어 있어 환자의 몸속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체마다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부위가 달라 어떤 항체가 바이러스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완치자의 혈장으로부터 항체를 고순도로 분리하고 정량화해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친다.
해외에서는 임상 1상과 2상을 면제하고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가 GC5131을 개발해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을 곧바로 시작하도록 승인받은 뒤 9월 말부터 시작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모스크바 가말레야 국립전염병· 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P 뉴시스
바이러스 침입해도 이상 無, 백신 탄생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적어도 내년 연말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장기화하는 만큼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하더라도 세포를 감염시키고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이 있다면 코로나19에 노출되더라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179종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 중 34개가 이미 임상시험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해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미 스푸트니크 V를 시판해도 된다고 허가했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러시아는 4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미 브라질과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에서는 스푸트니크 V를 받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도 지난 9월 시노팜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백신을 수십만 명에게 접종한 결과 단 한 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으며, 부작용이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봄이나 여름쯤에야 대량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인구가 백신을 접종받으면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