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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우즈베키스탄·에티오피아 사무소 하나와 하나가
맞물려 놀라운
힘이 되다- 글_ 김보미
- 톱니바퀴는 절대 혼자 돌 수 없다. 많은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무언가를 움직이고 누군가를 일으켜 세운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해외사무소에서도 매일 무수히 많은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함께 협력하고, 다양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놀라운 시너지가 탄생하는 그 순간을 들여다보자.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 제자리에서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의 응급의료 서비스 교육.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응급의료 서비스는 응급환자를 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앰뷸런스는 오롯이 응급환자를 위해 달리지 못했다. 의사가 탑승해 환자가 있는 곳까지 출동하는 특성상 왕진을 기대하는 수많은 환자들의 요청이 밀려드는 바람에 제때,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닿지 못한 것. 최근 관련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앰뷸런스는 사이렌도 울리지 못했으며, 앰뷸런스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앰뷸런스 출동시간은 평균 30분, 지역에 따라서는 1시간이 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앰뷸런스가 아닌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런 자가용 이용 환자는 응급병원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들어가더라도 무료 응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KOFIH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는 앰뷸런스 의료진의 응급의료 대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응급의료 서비스는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취득하고 앰뷸런스를 파견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전단계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KOFIH는 왕진 의사에 더 익숙해져 있는 현지 의료진에게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병원전단계 응급의료 교육을 시뮬레이터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2019년 말 사업 시작과 함께 타슈켄트시 중앙앰뷸런스센터에 훈련센터를 설립하고 현재는 기본 심폐소생술을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으며, 곧 훈련용 시뮬레이터 등을 설치해 응급의료진이 각각의 응급 상황에 맞춰 팀워크를 이루며 환자를 처치하고 이송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엔 사마르칸트에도 같은 훈련센터를 설립하고, 앞으로 차차 지방 앰뷸런스 의료진에게도 이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소통’에도 각별히 힘쓰고 있다. 한국의 응급의료 전문가와 현지 전문가가 함께하는 현지 협의체에서 모든 일련의 교육 진행과정을 논의하고 영어, 러시아어, 우즈베크어가 가능한 현지 응급의료 전문의를 KOFIH의 현지 사업 담당자로 선발, 전담 인력으로 배치해 언어의 장벽을 낮췄다. 또한 강사진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은 현지 의료 전문가를 선정해 한국 초청 연수도 진행하고 향후 설립될 교육센터의 강사진으로 채용해 앞으로 현지 전문 강사진에 의한 현지 교육을 1년 내내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월부터 현장 교육이 전면 중단됐음에도, 우즈베키스탄 응급의료 서비스 역량 강화사업은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2020년 월드뱅크의 응급의료 사업 지원(1억 달러 유상자금)으로 앰뷸런스 및 응급의료 병원을 현대화해 최신 의료 환경을 갖춘 시점에 KOFIH의 응급의료 교육이 재개돼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는 자궁경부암 인유두종 바이러스 선별검사 역량 강화사업과 국립아동병원의 성공적 개원 및 운영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15~44세 여성의 암 관련 사망 2위가 자궁경부암인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페르가나 지역 검진사업(5만 명 예정)을 시행해 여성의 건강한 일상을, 중앙아시아 최고의 선천성 기형 어린이 치료병원을 목표로 추진된 국립아동병원 개원을 올해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갈 계획이다.
에티오피아 사무소 | 건강한 환경을 다지는 힘이 되도록
에티오피아 모자보건 증진사업 중 물·전기 공급사업 논의.
2014년부터 현재까지 KOFIH 에티오피아 사무소는 현지 수원총괄청(재정부)과 함께 3가지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왔다.
그중에서도 짐마존 모자보건 증진사업은 에티오피아 사무소가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으로, 사업지인 짐마존에는 분사무소도 운영하고 있다. 짐마존은 에티오피아의 9개 주, 2개 특별자치시 중 면적이 크고 인구 비율이 높은 오로미아 지역에 속한 존으로, 일반 가정의 물과 전기 보급률이 20%를 겨우 넘어서는 열악한 지역이다. 이곳에 건강한 출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KOFIH는 총 7개 보건소의 산모대기실을 완공하고 산모용 침대와 시청각 교육을 위한 TV를 설치했다.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흙집이 조산사와 함께 모자보건에 대한 교육 영상을 시청하며 안락하게 출산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야간 분만 시 손전등에 의지해 출산을 진행해야 했던 산모와 의료진이 보건소에 전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무척 감격했었다고 한다.
산모대기실 개보수와 더불어 보건소 산부인과 관련 필수 장비를 비롯해 보건요원의 지역주민 접근성 확대를 위한 보건소 오토바이(27대), 응급후송체계 강화를 위한 구급차(2대)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또한 지역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모자보건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해 오로미아 전역에 송출하고 있다. 신생아 예방접종, 신생아 및 산모 영양공급 방식 등 총 26개 부문을 2개 라디오 방송으로 주당 4회 송출해 지속적으로 안전한 시설분만을 유도하고 올바른 신생아 관리로 사망률을 낮추는 안전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짐마존을 넘어 에티오피아 전역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건강보험정책협력사업은 건강보험청 실무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기반건강보험제도(CBHI)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2010년 건강보험청을 설립하면서 사회건강보험제도(SHI: Social Health Insurance)를 도입했지만 주재국의 보건 서비스 질적 개선 미비, 3% 급여공제에 대한 시민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 지역기반건강보험(CBHI: Community Based Health Insurance) 체제로 전환했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KOFIH는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가나, 탄자니아, 케냐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경험 공유의 장을 마련해 한국 건강보험의 발전상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에티오피아 건강보험의 현재 위치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다른 공여기관도 참여하고 있어 KOFIH만의 성과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에티오피아가 지정한 총 509개 워레다(Woreda) 대상 가입자가 2018년 28%에서 2019년 44%로 증가하는 성과도 있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의료기기 관리운영체계 강화사업으로 에티오피아 전역 10개 거점병원의 의료기기 운영요율도 평균 80%에서 평균 84.4%로 향상됐다. 아디스아바바의 블랙라이온병원, 남부민족국가 지역의 봉가병원, 암하라 지역의 데시병원 등 거점병원에 의료기기 관리운영체계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고, 의료기기 유지보수 물자 지원과 동시에 의공기사 및 의료기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현지 전파교육을 시행한 결과다.
2020년은 에티오피아 사무소의 도착점과 출발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현지 수원총괄청과 KOFIH의 양해각서가 종료되는 해로서 6년간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2021년부터는 2차 모자보건 증진사업과 신규 결핵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과정과 또 하나의 과정 사이에서 에티오피아 사무소는 여전히 바쁘게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