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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국제보건 ODA 포럼’ 감염병, 불확실성 시대의
보건의료 ODA가 나아갈 길 모색- 글_ 김보미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물리적 접촉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도 물리적 활동이 불가피한 국제보건 공적개발원조(ODA)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지난 8월, 이러한 고민을 화두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관련 학계 및 보건 관련 기관이 모여 함께 방향성을 모색했다.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오프라인 현장 참석자 40여 명 외에도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인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국내에서도 한동안 줄어들던 확진자 수가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다시 크게 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까지 시행될 정도로 우리 모두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보건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제6회 국제보건 ODA 포럼’이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모짤트홀에서 열렸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보건의료학회가 공동 개최한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관련 이슈와 동향을 분석하고 학계 및 보건 관련 기관들의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번 포럼은 정부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발맞춰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이뤄진 이번 포럼은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참여자가 질문이나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해 토론을 이어가는 등 실시간 소통으로 국민 참여도 이끌어내는 자리가 됐다.
기 초 강 연 |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ODA’, 지금은 ‘협력’과 ‘연대’가 중요한 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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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글로벌보건안보대사(서울대 의대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 보건, 사회, 경제 분야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위기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각 나라의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칙(IHR) 기능과 관련한 협력이 우선시돼 봉쇄보다 사람 검역의 대안적 성격을 개발하고 방역물자 이동 금지가 우선적으로 해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지역단위의 다자외교를 강화하고 방역, 의료, 백신과 물자 비축에 대한 ODA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민간 기구, 대학, 기업을 막론하고 감염병에 대한 조사와 연구,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과학적 협력이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 표 1 |
‘보건의료체계 모니터링을 통한 보건 ODA 재점검’ 건강·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 다면적 문제 고려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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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글로벌행정학과 이서현 교수는 2019년 발표된 국제보건안보지표(Global Health Security Index)를 통해 보건안보대응역량을 비교할 수 있다면서 각 국가별 6가지 범주로 예방, 진단, 대응, 보건의료체계, 사회적 규범, 환경적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이를 점수화해 다음의 3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했다.
보건안보대응역량 비교를 위한 국제보건안보지표
- 1. 의료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
- 보건의료체계의 회복력은 개인, 지역사회, 조직 차원에서의 측정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의 회복력은 중저소득 국가 보건의료체계 역량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 2. 건강 보호 시스템의 구성 요소
- 개인·가구·지역사회 수준의 건강 상태 증진, 인구집단 수준의 건강 위협에 대응, 질병으로 인한 재정 위기로부터 보호, 사람 중심 케어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 등을 확인해 보건의료체계 재정비를 촉구한다.
- 3. 정부와 사회의 다각적인 종합 계획성
-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건강·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며 감염병의 확산에 대한 불평등의 심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기후 변화 등과 같은 다면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앞선 3가지 설명과 더불어 “이 연구는 ‘Barriers of Facilitators’에서 제시하는 증거 기반 건강 혁신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장애/가능 요인은 어떤 것이 있는지 범주화한 연구”라며 “코로나19 이전에 고찰한 연구로, 현 시점에 발표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발 표 2 |
‘감염병, 불확실성 시대의 보건의료 ODA’ 체계적인 시스템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의 다변화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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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로벌협력본부 김순애 평가연구부장은 국제보건안보 추진을 위해 코로나19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감염병과 관련한 물품 및 기자재를 신속히 지원하는 긴급물자 지원, 정책 행정, 예방 감시와 같은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글로벌 보건안보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보건의료체계 강화를 통한 보편적 건강보장(UHC) 달성을 지원하고 1차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며 보건의료 인프라 및 환경을 개선하고 감염병 관리 조기발견 및 검사, 격리, 이송 등 다양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이밖에도 코로나19로 새롭게 나타난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에 맞춰 해외사무소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권역별 보건안보체계를 구축해 현장 기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교육을 위한 플랫폼 구축, 온라인 교육 커리큘럼 개발 및 운영, 해외사무소와의 온라인 화상회의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 운영을 다변화할 계획임을 덧붙였다.
발 표 3 |
‘한국국제협력단 COVID-19 대응 전략과 방향’ 글로벌 협력과 연대, 전 세계와 함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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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기후감염병위기대응실 김현원 실장은 2024년까지의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KOICA는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법을 통해 설립돼 개발도상국의 보건·경제·사회 발전을 증진하는 외교부 산하 기관. KOICA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정부에서 발표한 ‘협력’과 ‘연대’라는 목표를 이어받아 글로벌 차원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상 경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또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안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Tackling COVID-19(ABC Program)’를 설립했으며, 2015년 글로벌보건안보구상에 참여하면서 향후 1억 달러의 보건안보 관련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가나 등에 특히 예방접종, 보건 인력 역량 강화 프로그램, 실험실 확충 등의 사업을 펼쳤고 정보 허브 채널을 만들어 43개 사무소 현지 액션을 개발협력 정보 공유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통합적인 글로벌 연계를 위해 보건복지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포함해 범정부 차원에서 웨비나(웹+세미나 합성어) 시리즈를 개최했으며, KOICA 자체적으로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발 표 4 |
‘코로나19 개도국 대응 및 포스트 코로나 EDCF 지원 방향’ 신속한 지원, K-방역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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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경협총괄부 김용태 전략기획팀장은 개발도상국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신속히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EDCF는 의료 기자재 공급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기승인 사업 예비비 등을 활용해 방역·진단 의료 기자재를 공급하고 K-방역 정책 자문과 연계한 협력국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보건 분야 지원을 강화해 보건제도 정책 전수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지원 수단을 다변화해 긴급대응 차관 및 프로그램 차관 등 기자재 차관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며, 유·무상 협력을 강화해 정책 자문 연계를 활성화하고 패키지 연대도 확대할 예정이다.
주제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전략과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엔 종합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토론 패널로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좌장)를 필두로 서울대 김선영 교수, EDCF 송국진 책임심사역, KOFIH 평가연구부 이혜영 과장, KOICA SCG성과관리팀 조정현 과장 등 총 9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패널 종합토론
‘위기를 기회로! 기존 보건 및 전염병 분야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선영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인플루엔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의 전염병으로 생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러 가지 국제보건 ODA 사업의 미흡했던 점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보건보안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영국과 미국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보건의료 및 감염병 분야의 방향성이 맞았는지 되짚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 역량 강화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파견 인력들이 해산했을 때 기존 사업 및 시스템이 잘 운영돼야 하며, 개발의 개념부터 되짚어 개발의 주체가 누구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은 부차적인 도구이며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개발의 주체가 공여국 스스로가 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역량 강화가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져… 여러 기관의 협업 강화 필요 |
우즈베키스탄 사업을 담당하는 EDCF 송국진 책임심사역은ODA 사업을 봤을 때 반강제적으로 언택트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화상회의나 누리소통망(SNS)을 통한 자료 교환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건축사업의 경우 현장 방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언택트 환경에 적합한 의료 기자재 차관사업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기존 사업을 대입해보면 전염성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예비비 사업을 통해 팬데믹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 분야에서 개도국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커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최신 의료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책임심사역은 EDCF의 경우 유상 ODA이므로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의료 기자재, 시설물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 의료 시스템 역량 강화가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다른 기관과의 유무상 간 협업이나 패키지 강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위기이자 기회인 팬데믹… 이후 다양한 ODA 사업 확장 필요 |
라오스 파견이 예정돼 있는 KOFIH ODA 사업부 이혜영 과장은 ODA 사업을 하면서 기존 10% 내외였던 보건의료 지원을 20%까지 확대하는 현 상황을 보며 “팬데믹은 보건의료 ODA 사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기존에 작동하지 못한 기제들을 보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면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개발이라는 어젠더를 주창하며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 이유뿐 아니라 사회적 이유로 사망하는 사례들도 향후 보건의료 ODA 사업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개념도 깨버린 코로나19… 포괄적 보건의료 ODA 사업 필요 |
KOICA SCG성과관리팀 조정현 과장은 코로나19 발병 이전에 에볼라와 같은 감염병은 프레임워크로 한정된 지역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나 이젠 지역 중심이 아닌 전 세계적인 넒은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 감염병 발생 시엔 선진국들이 사업을 먼저 진행해 모델링했으나 코로나19의 경우 선진 공여국의 콘셉트 자체를 바꿔버린 계기가 됐다”며 전 세계의 빈곤, 생계, 교육, 생활터 중심의 포괄적인 보건의료 OD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레 우리 삶을 파고든 코로나19에 대응해나가는 각 관련 기관의 활동을 한자리에서 접하고, 감염병에 기반을 둔 보건의료 ODA 사업의 효과성을 논의한 이번 포럼은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마디가 될 것이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해나갈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