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무힘빌리 국립병원 음롱간질라 캠퍼스.
세계 속의 KOFIH
글로벌 특파원
  • 탄자니아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 사업 현장

    의료의 전당에서
    자라나는
    희망의 열매

    • 글_ 송준호
  • 모두가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의 인류애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싹을 틔우고 있었다. 특히 탄자니아에 뿌리내린 보건의료 사업은 천천히 내실을 다지며 어느새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열매를 따는 방법이 아니라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체득하는 것. 그렇게 KOFIH는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탄자니아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체외충격파 쇄석기 사용법 온라인 교육
보건의료 환경 개선으로 꿈꾸는 건강한 내일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대한 야생동물이 초원을 누비는 모습이나 너무 굶주려 몸이 바짝 마른 아이, 또는 문명의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런 반쪽짜리 인식은 현실의 아프리카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 또 아프리카 각국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화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탄자니아 또한 세렝게티 평원이나 킬리만자로, 커피 원산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정치 환경과 동아프리카 교역 요충지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나라다. 특히 동아프리카는 넓은 영토와 풍부한 강수량 등 농업 개발에 있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2010년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의 신개척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탄자니아는 중국을 이을 유망 제조업 기지로 선정될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다. 이만 하면 아프리카 대륙의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무색한 잠재력 있는 나라인 셈이다.
다만 탄자니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발전에 있어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적 자원, 즉 교육 수준이 비교적 낮은 축에 속한다는 점이었다. 또 결핵이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질병에 대한 높은 취약성으로 인해 유아 사망률이 높고 기대수명은 낮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여건에서 의료시설 환경이나 의료 인력 양성도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 당시 탄자니아의 의료 인프라는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9%, 간호사와 조산사 수 5%, 의사 수 1%의 열악한 여건이었다. 이처럼 의료시설과 의료 인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탄자니아의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반 조성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갔다.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 건립과 컨설팅 사업은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레 태동했다. 다만 대형병원을 건축하고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 그 시스템과 장비를 운용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많은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거대한 사업이다. 그래서 이 대형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선 KOFIH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조가 불가피했다. 탄자니아 국민의 진료 기회를 확대하는 첨단 시설의 건립과 의료 기자재의 공급, 전문 의료 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려면 다양한 물량 지원과 유·무형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자보건 중심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 외에 또 하나의 녹록지 않은 임무를 띠게 된 KOFIH 탄자니아 사무소는 막중한 책임감과 열정으로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한 지붕 세 가족의 동고동락

탄자니아의 옛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 위치한 탄자니아 사무소는 2015년에 설립돼 아프리카 동부 지역의 다양한 협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 사무소엔 KOFIH 외에도 EDCF와 KOICA 등 유·무상 원조 기관들이 함께 입주해 있어 연계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병원 건립과 의료 기자재 공급, 보건의료 시스템 도입 등 인프라 사업에 대한 금융 협력은 EDCF가 맡고, 사업 발굴 지원과 병원 운영관리 및 역량 강화 등 기술 협력은 KOFIH가 맡아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특히 두 기관은 탄자니아에 대한 원조 초기부터 공동으로 사업 발굴에 참여하며 유·무상 원조 패키지 지원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개원한 600개 병상 규모의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은 KOFIH가 개원 전후 병원 운영계획 수립 자문과 인적자원 교육훈련으로 병원 운영에 관련된 여러 부문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KOICA는 WFK(World Friends Korea) 간호 분야 봉사단을 파견해 병원 내 간호 인력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때 간호부 근무 인력의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 매뉴얼 개발과 주 1회 정기 컨퍼런스를 도입하는 시스템도 함께 고안했다.
이처럼 세 기관의 유기적인 공조는 원 루프(One Roof) 시스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말 그대로 다른 원조 기관들이 한 지붕 아래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이 시스템은 여러 부처와 기관이 각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분절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원조 분절화는 동일 지역에 대한 기관 간의 중복 지원을 야기하고 원조 효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원 루프 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원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탄자니아 사무소 관계자는 “매주 간단하게 사무소 현안을 공유하고, 사무소 운영이나 현지 소통에 애로사항이 발생했을 때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면서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원 루프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한다.
이런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표는 결국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탄자니아 보건의료 인프라와 의료 인력의 역량을 탄탄하게 닦는 일이다. 이는 2차 사업으로 추진 중인 ‘무힘빌리 국립병원 음롱간질라 캠퍼스’ 운영관리 컨설팅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에서 교체된 이 병원명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보건의료의 수준을 향상시켜보겠다는 탄자니아의 굳은 다짐이 엿보인다. 이때 우리가 할 일은 더 적극적인 이해와 소통을 통해 그들의 곁에 있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우호와 친선의 자세를, 탄자니아 사무소 사람들은 일찌감치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interview김정윤 KOFIH 탄자니아 사무소 부소장
“성장하는 탄자니아 보건의료 수준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 병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을 듯합니다. “탄자니아에선 지난 3월 16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개인보호장비(PPE) 부족을 겪었고, 의료기기도 충분하지 않아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PPE 및 의료기기 긴급 지원을 추진했지만, 복잡한 행정 절차와 부처 간 소통 지연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병원 운영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보건의료 수준이 향상되는 과정을 지켜보셨죠. “지난 5월 무힘빌리 의과대학병원 운영관리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며 체외충격파 쇄석기 사용법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해당 교육이 시작된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 인력이 쇄석기 작동에 성공했고 이후 곧바로 환자 치료에 활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이곳 보건의료 서비스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습니다.”

- 사업을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지요. “최근 현지 직원이 병원 진료를 예약하는데, 담당 주치의가 KOFIH의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수료한 연수생이었습니다. 이를 안 직원이 무척 안심하는 걸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초청 연수 프로그램이 현지 보건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는 물론, 보건 서비스에 대한 신뢰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현행 사업에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지 파트너와의 상호 이해와 친밀한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된다면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더 효과적인 접근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