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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문화산책
힐링 꽃피(KOFIH)다!

영화에서
인도주의를 보다

무엇을 위해 사는 삶이 가장 의미 있을까. 오랜 내전으로 피와 눈물로 얼룩져버린 아프리카 남수단, 끊이지 않는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필리핀 오지 마을. 그 열악한 상황의 이역(異域) 땅에서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삶의 해답을 찾아보자.

글. 김보미

  • 울지마 톤즈
    • 남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를 만나다 장르 다큐멘터리 | 개봉 2010년 9월 | 감독 구수환 | 출연 이태석(본인), 이금희(내레이션)
    • 2010년 2월,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Tonj). 남수단의 자랑인 톤즈 브라스 밴드가 마을을 행진한다. 이를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슬픈 얼굴로 눈물을 훔친다. 그들의 시선은 밴드 선두에 선 소년이 들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향해 있다. 사진 속 활짝 웃는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톤즈의 아버지였던 고(故) 이태석신부다.
      그는 10남매를 키우는 홀어머니 밑에서 아홉 번째로 태어나 어려움 속에서도 총명함을 잃지 않으며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다시 신학대에 진학해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곧장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내전이 심한 남수단 톤즈로 향한다.
      남과 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 속에서 톤즈 마을 사람들의 삶은 분노와 증오, 가난과 질병으로 가득했다. 그는 밤낮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때때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의사로서의 역할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희망을 잃은 아이들을 모아 35인조 브라스 밴드를 만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작곡도 섭렵하며 모든 악기를 스스로 배운 후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연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악기를 배워가면서 차츰차츰 웃음을 찾아갔고 톤즈 브라스 밴드는 정부 공식 행사에도 초청받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아이들의 손에 총 대신 악기가 쥐어지며, 음악이라는 강력한 치유제로 마을은 활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선교사, 선생님, 의사, 음악가, 건축가 그리고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까지 10여 년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2010년 1월 대장암으로 선종한다. 향년 48세. 대한민국 정부는 이태석 신부의 인류에 대한 깊은 사랑과 헌신을 높이 사 2011년 제1회 국민추천포상제를 통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적당히 이타적으로 또는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울지마 톤즈’를 통해 이태석신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아닌 ‘우리’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 이태석 선종 10년 후의 편지, 그가 돌아왔다! 장르 다큐멘터리 | 개봉 2020년 1월 | 감독 강성옥 | 출연 이태석(본인), 이금희(내레이션)
    • 10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속에서 말이다.
      영화는 2001년 이태석 신부의 사제 서품식으로 시작한다. 경건하면서도 설레는 얼굴, 조금은 긴장한 이태석 신부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부제가 눈에 띈다. 슈크란 바바. 아랍어로 뜻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무력 충돌을 빚었던 남수단과 북수단이 2005년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기념해 이태석 신부가 작사·작곡한 노래의 제목이다.
      39세의 사제는 30여 년간 수단에서 활동한 한 신부가 전한 ‘수단은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말을 가슴에 안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하고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남수단으로 향한다. 톤즈에서 흙담을 쌓고 짚으로 지붕을 엮어 진료소를 세웠다. 환자 진료를 하며 우물을 파고 농경지를 일궜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 희생과 봉사를 하다 4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울지마 톤즈 2’를 보고 난 뒤에도 그가 그립다면 이태석 신부 기념관에 가보길 추천한다. 2010년 1월 14일, 그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부산 서구에서 개관한 ‘톤즈 빌리지’에서 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묻는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기적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아픈 만큼 사랑한다
    • 필리핀의 한국인 슈바이처, 박누가 선교사 장르 다큐멘터리 | 개봉 2019년 4월 | 감독 임준현 | 출연 박누가(본인), 김주희, 김정옥, 이규석, 추상미(내레이션) 외
    • 영화 도입부는 들판을 뒤덮은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온갖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필리핀 아이들,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필리핀 빈민가의 모습으로 시작부터 충격을 안겨준다. 그러한 가운데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어 안타까운 죽음이 일상이 돼버린 필리핀 오지 마을에 이방인 의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버스 한 대로 30여 년 동안 필리핀 오지마을을 다니며 의료 봉사를 이어간 ‘한국인 슈바이처’ 고(故) 박누가 선교사.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시한부 선고에도 언제나 다른 사람의 아픔이 우선이었던 그의 휴먼 다큐멘터리다.
      필리핀의 의료 현실을 목격한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 등지를 돌며 질병으로 고통 받는 현지인들과 굶주리고 아픈 이들을 찾아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영화는 필리핀에서의 의료 봉사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1989년부터 필리핀에서 의료 선교를 펼치며 버스 한 대로 필리핀 내 50개의 오지 마을을 찾아간다.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 1992년 췌장암 초기 단계에서 수술을 받은 뒤 위암 말기, 간경화, 당뇨 판정을 받았다. 물 부족 국가에서 물 대신 탄산음료를 주로 마신 것이 원인이 됐다. 2016년엔 위암까지 재발했다. 자신의 육체가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오로지 다른 사람의 아픔이 먼저였던 그는 사랑을 실천하다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사랑과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할 ‘아픈 만큼 사랑한다.’ 연령을 불문하고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