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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FIH 문화생활
- 21세기 신종 감염병 바로 알기
사스보다 최대 1000배
강력한 ‘코로나19’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여태 인류가 만나보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가 나타났다. 사스와 메르스와 닮은 이 바이러스는 역시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보다 전파력이 강한 탓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글_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2월 ‘앞으로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 8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악명 높은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등이 꼽혔다. 리스트의 맨 마지막은 여태껏 나타난 적이 없었던 ‘질병 X’였다.
WHO 연구팀은 신종 바이러스가 전염병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고 질병 X라 이름 붙였다. 원래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거나, 동물에게 돌던 바이러스가 변이해 인간에게 전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질병 X의 첫 번째 주인공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다. 3월 27일 오전 9시 기준 중국 등 203개국에서 51만4138명이 감염되고 2만3255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도 3월 27일 기준 9332명이 감염되고 그중 139명이 숨졌다.
박쥐가 갖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변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를 사람을 감염시키는 7번째 코로나바이러스로 등재했다.
대개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 콧물 등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그래서 감염자와 2m 이내 근거리에 있을 때 감염되기 쉽다. 감염자 대부분은 고열이나 기침, 재채기, 인후통 등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고령이나 당뇨병, 고혈압, 암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폐렴이나 폐 섬유화 같은 위독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WHO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5~14일 이내 증상이 나타나며, 치명률은 2~3%로 보고 있다.
사람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중 대부분(4종)은 기침이나 콧물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나타낸다. 사스바이러스와 메르스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나타난 신종이다. 코로나19 역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한 결과 유사성이 89.1%나 됐다. 사스바이러스와는 77.5%, 메르스 바이러스와는 50%만큼 가깝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 그치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유사성이 40% 안팎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뱀이나 천산갑 같은 야생동물에게 감염됐다가 사람에게 코로나19로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이즈, 에볼라와 닮아 전파력 강해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신종 바이러스가 많아진 이유로 ‘산업활동으로 말미암은 생태계 파괴’ 또는 ‘기후변화’를 꼽는다.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과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면서 동물 사이에 돌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까지 전해졌다는 것이다(인수공통감염병). ‘생화학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변종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만들 위험도 예측됐다.
실제로 코로나19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이런 의혹에 불을 붙이는 연구 결과와 이에 대한 반박이 번갈아 등장하고 있다. 인도 델리대와 인도공대 연구팀은 1월 말, 코로나19의 유전체를 분석해 일부가 에이즈바이러스(HIV)와 닮았다는 논문을 공개했다.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 한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은연중에 인위적인 유전자 재조합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학계 반응은 싸늘했다. HIV와 공통된다는 부분이 너무 적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잦으므로 서로 다른 두 바이러스가 이 정도로 섞이는 일은 자연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인도 연구팀은 2월 초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
2월 말에는 중국 난카이대 연구팀이 코로나19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에서 HIV, 에볼라바이러스와 닮은 부분이 있어 전파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논문을 냈다. 이 때문에 사스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많이 닮았음에도 코로나19의 전파력이 100~1000배나 강하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을 것… 또 다른 코로나 대비해야
첫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규 감염자 수보다 완치자 수가 더 많아져 점점 완화하고 있다는 기대를 준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앞날을 알 수 없게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류가 대개 기온이 높아지면 힘을 잃기 때문에 여름에는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추후 변화를 알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면역학및전염병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해 1년 내 전 세계 인구의 40~70%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사스보다 전파력이 강하지만 치명률이 떨어져 점차 계절성 감염병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추후에도 계절성 감기처럼 나타나 많은 사람들에게 가벼운 증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반대로 코로나19가 그리 쉽게 계절성 감염병으로 변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계절성으로 변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에는 단순 감기로만 생각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변종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2~2003년 중국과 홍콩에서 사스가 나타났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나타났다. 그리고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나타났다.
이처럼 수 년 뒤에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비를 해야 한다. 신종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 바이러스의 성질을 간파하는 한편,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야 하고 역학조사관 등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