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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KOFIH
글로벌 특파원
  • 라오스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 10년의 발자취

    라오스에 뿌린 나눔의 씨앗,
    희망의 열매로 돌아오다

  •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세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인류애의 실현을 꿈꾸는 KOFIH는 2010년 라오스와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뿌려진 보건의료 지원사업의 씨앗은 10년이 흐르는 동안 라오스의 토양에서 조금씩 싹을 틔워왔다. 특히 모성과 아동보건 현황이 열악하던 그곳에서 KOFIH의 활동은 국민 건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근간이 됐다. 이제 한층 건강해진 엄마와 아이들의 미소는 함께 오래 땀흘려온 KOFIH에겐 큰 선물이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무한도전

인도차이나반도 중부에 위치한 라오스는 한국엔 오랫동안 낯설게 느껴졌던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1974년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이듬해부터 20년간 교류협력이 단절된 까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라오스가 국내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해외 배낭 여행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통해서였다. 이후 ‘배틀 트립’이나 ‘뭉쳐야 뜬다’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라오스는 한국에서 새로운 동남아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KOFIH 사무소 직원들이 처음 만난 당시의 라오스는 그런 휴양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시장 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과 친기업적 환경 조성으로 성장세를 타고는 있지만, 2010년 라오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000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었다. 게다가 대다수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의료시설과 인력, 보건의료 서비스 등이 모두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KOFIH는 라오스의 통합 모자보건 증진 국가전략을 근간으로 1차 모자보건 증진사업(2010~2015년)을 펼치기 시작했다. 출발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시행지역인 후아판과 시엥쿠앙은 라오스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모자보건 상황도 특히 열악한 곳이었다. 시설과 장비는 낡을 대로 낡았고, 지역 의료진의 역량 또한 낮은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물리적인 환경이었다. 사업지역은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있었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평상시에도 지역주민이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우기엔 자동차로도 가지 못하는 곳이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KOFIH 라오스 사무소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모자보건 증진을 위한 사업을 차근차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의료시설을 개·보수하고 의료 인력의 교육과 훈련, 마을 방문 진료 등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과 관리감독 능력 향상을 통해 거버넌스를 확보해갔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었다.
모자보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무한도전은 양국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을 무기로 1차에서 2차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오스와 함께하는 상생의 프로젝트

모자보건 수준이 낮은 지역이었던 후아판과 시엥쿠앙은 KOFIH의 사업 참여 후 조금씩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환경이 개선됐다. 특히 시엥쿠앙 지역에서 산전 관리 서비스를 받은 임신부 비율은 26%에서 50%로, 숙련된 인력에 의한 분만 비율은 26%에서 42%로, 영아 예방 접종률은 45%에서 74%로 증가하는 등 주요 모자보건 지표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개선된 지역에 라오스 보건부가 스스로 기획한 모자보건 바우처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등 자체 역량도 서서히 배양되기 시작했다.
라오스 최북단에 위치한 퐁살리도 지역에 모자 병동을 건축하고 산부인과 관련 통계자료와 보건정보체계 운영 교육을 실시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라 국제기구의 지원이 전무했던 이곳은 라오스 보건부 장관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을 정도로 보건의료 상황이 매우 열악했던 곳이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량이 강화되면서 지방정부와의 상호 교류도 활발해졌고, 특히 모자보건 증진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주인의식이 높아진 점은 확실한 변화였다. 이런 변화를 통해 모자보건을 포함한 최소한의 1차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돼 궁극적으로 모성과 아동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KOFIH로서는 모자보건 국가전략 이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국무총리실 공적개발원조(ODA) 종합평가(2013년)에서 라오스 모자보건 증진사업은 모범적인 보건의료 ODA 사업으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라오스 사람들과 함께 국가 발전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라오스 통합 모자보건 사업은 수원국의 수요와 전략에 기반을 둔 접근방식으로, 한국과 라오스 양국 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신뢰가 없었다면 실행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KOFIH 사무소는 한국 관계기관과 라오스 정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사업의 선봉에 선 일등공신이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 건 아니었다. 처음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라오스 보건부와 현지사무소는 성공의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의 데이터는 해당 사업이 차후 전국적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라오스 사무소를 중심으로 이 같은 국가 전략을 실행했다는 사실은 직원들에게도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신뢰’라는 이름의 거대한 동력

KOFIH가 라오스 보건부와 협력사업을 진행한 지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다시 새로운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년이 라오스 보건의료체계의 기초를 다진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체력 증진에 나설 때다. 실제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한국과 라오스 간의 신뢰는 갈수록 두터워졌고, 이는 그대로 라오스의 보건의료 환경을 성장시키는 좋은 토대가 됐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라오스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라오스를 찾는 여행객 중 한국인의 수가 가장 많고,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는 라오스에도 큰 인기가 있었다. 시골인 시엥쿠앙과 후아판에서도 이러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는 확실히 체감될 정도다. 그 변화는 라오스 사무소를 거쳐간 여러 KOFIH 직원들의 태도가 일정 부분 이뤄낸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라오스 사람들에게 그 직원들은 모두 다르게 기억되겠지만,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있다. 자기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늘 모든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않고 기어이 해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 그런 기억 덕분에 한국은 라오스 사람들에게 매우 친근하고 가까운 나라가 됐다.
‘건강’이란 결국 사람의 삶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절대적이고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그 나라와 사람에 맞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현지인들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바꿔간다는 것이 KOFIH 라오스 사무소 직원들이 말하는 보건사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그런 통찰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라오스와 함께 이뤄낼 다음 10년의 변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interview 백주왕 KOFIH 라오스 사무소 소장 “라오스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해
모자보건 증진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후아판과 시엥쿠앙은 라오스에서 특히 모자보건 수준이 낮은 지역입니다. 현지 사무소 소장 취임 후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수준의 변화를 누구보다 체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10년 전 사업을 막 시작할 때 현지 보건소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이 보건소를 찾아오는데 약과 장비도 부족하고, 본인은 분만을 돕는 방법도 몰라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 때문에 눈물까지 보이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오랜만에 그 보건소를 다시 방문하면서 그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시설이나 장비는 아직도 부족했지만, 이제는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 있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개발도상국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인적 자원과 물적 환경이 모두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엄마와 아이가 적절한 서비스를 받는 데는 크게 세 가지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엄마와 아이를 포함한 지역주민이 보건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보건소나 병원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길이 좋지 않고 돈도 없어서 못 가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어렵게 보건소나 병원에 갔지만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지리적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적절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다양한 사업 계획 중에서 현장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치료하는 일은 국제적으로 전문가 집단에서 제시하는 치료법이나 약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둘러싼 인식과 환경, 의료 인력이 제공하는 활동의 범위, 해당 국가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검토하고,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내용을 찾고, 사업을 통해 교훈을 도출해 그 나라 보건부, 전문가와 공유하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현행 사업에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꼽아본다면.

“최근 2~3년간 라오스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응급산과 및 초기 필수 신생아 관리를 위한 시설을 확대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했습니다. 병원 단계에서 개선된 서비스의 질이 마을과 보건소 단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또 사업지역 내 소수민족과 빈곤층 등 취약계층을 더 집중적으로 지원해 우리의 도움이 평등하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