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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완치 어린이 타누(가운데)와 타누의 어머니 깨오 씨(왼쪽), 서울대 신희영 교수(오른쪽), 라오스 국립아동병원 소아암 완치 기념 행사에서 레이코 여사의 축사
Special Theme
KOFIH 특파원
  • 라오스‐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포럼 &
    국립아동병원 소아암 완치 기념 행사

    희망으로 다가온 선물 같은 삶

  • 시작을 주저했다면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롯이 빛을 발하도록 다듬어내는 손길. KOFIH의 자신만만한 행보는 비로소 어린 생명의 존엄을 지켜냈다. 그렇다. 라오스는 KOFIH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어제보다 더 건강해진 오늘, 새 생명이 피어날 내일을 희망하며.
라오스 국립아동병원 소아과 의사 윌라폰 빠이미니의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 연수 소감 발표
고민하고 행하는 나눔의 본질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 그 치열한 고민은 늘 사람으로 귀결된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이어 우리에게로 확장되는 이로운 가치는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딱 알맞게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퍼즐을 완성에 가깝게 맞춰가듯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래의 큰 바탕을 읽을 줄 알아야겠고, 하나하나가 지닌 세부적 특성 또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는 KOFIH가 ODA사업 진행의 효율을 높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여전히 순수를 간직한 라오스. KOFIH는 이곳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결핍으로 더 이상 균열되지 않도록 보듬어 안는 데 집중한다. 차분하고도 긴, 그럼에도 명료한 호흡으로. 덕분에 사람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이전보다 분명 높아졌다. 보건의료체계가 탄탄하게 갖추어졌고, 감염병 진단과 검역체계가 구축됐으며, 국립의과대학병원의 운영 역량도 높아졌으니까. 진심 어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KOFIH의 발자취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변화는 훨씬 드라마틱하다. 2014년, 국립아동병원에 라오스 최초로 소아암 병동을 개소한 이후 최근 ‘백혈병 완치’라는 타이틀을 또 하나 더함으로써 성과의 방점을 찍은 것. 지난 9월에 있었던 라오스 출장은 이처럼 달라진 라오스를 제대로 각인시킨 기회였다. 특히 9월 5일, 라오스 국립아동병원에서 열린 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행사에는 대한민국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라오스 캄믕 여사, 故 이종욱 사무총장의 아내인 레이코 여사, KOFIH 최원일 사무총장, 서울대 신희영 교수 등이 참석해 의료진들의 활약과 그동안 이뤄낸 KOFIH의 성과를 공유하고 축하했다.

  • 소아암을 완치한 타누(가운데)와 담당의사 소네펫 사이소릭노 씨(왼쪽), 타누의 어머니 깨오 씨(오른쪽)
  • 신장질환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간 시바이
소아암 완치, 라오스 최초의 기록

주변 국가에 비해 라오스의 영유아 사망률은 높은 편이다. 특히 소아암의 경우 치료는 고사하고 진단조차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백혈병 완치가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라오스 최초로 소아암을 완치한 다섯 살 타누 폼마싹 어린이가 소개됐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2016년 4월부터 치료를 시작해, 3차에 걸친 항암치료 끝에 지난 8월 완치 판정을 받은 것. 항암치료 초기에 감염이 발생한 탓에 완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이는 양국의 여러 기관과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현실이 그러하듯 라오스 역시 의료 기반은 취약하고, 중대질환 치료비는 감당하기 벅찰 만큼 고가다.
당연히 보통의 사람들이 제때 필요한 만큼의 항암치료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타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는데, 그의 어머니는 기념 행사 중 사례 발표를 통해 처음 타누의 병을 알게 됐을 때 방법이 막막해 치료를 포기하려 했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항암제를 보내준 서울대와 역량 있는 담당의사 덕분에 아들을 살릴 수 있었다며 KOFIH에게 가슴 먹먹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타누를 치료한 담당의사 소네펫 사이소릭노 씨는 KOFIH의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2016년 서울대에서 소아혈액종양관리 연수를 받고 2018년에는 임상과정에 참여한 전문의로,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의 존재는 희망과 마찬가지다. 타누와 더불어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 연수생에 의해 새로운 희망을 찾은 사례는 또 있다. 열두 살 소녀 시바이가 그 주인공. 신세뇨관성산증으로 사지 기형이 생겨 몇 년 동안 누워서 지내다 KOFIH의 도움으로 지난 2016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이종욱펠로우십 연수생의 치료 노력과 서울대와의 협진이 더해진 결과 지금은 스스로 걷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증세가 호전됐다.

  • 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포럼에서 연수 소감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종욱펠로우십, 지식을 잇고 또 잇다

라오스는 이종욱펠로우십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참여한 국가다. 수료한 29개국의 전체 840명 가운데 159명이 라오스의 의료진이다. 그만큼 성과도 다양하다. 기념 행사의 연수 소감 발표자로 선 국립아동병원 소아중환자실 의사 윌라폰 씨는 한국에서의 교육 덕분에 소아 중심정맥관 삽입 기술을 라오스 병원 중 유일하게 도입했으며, 심폐소생술 교재를 라오스어로 번역해 전국 의사들에게 배포함으로써 많은 어린이를 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라오스의 어린 생명은 지금 순간에도 이들에 의해 희망을 싹틔운다. 김정숙 여사와 캄믕 여사, 레이코 여사는 기념 행사가 끝난 후 서울대 신희영 교수의 안내에 따라 소아암 병동을 방문해 입원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더불어 라오스의 모든 어린이가 아픔과 고통없이 밝게 자라기를 기원한 김정숙 여사.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일단 밀고 나가야 한다’는 故 이종욱 총장의 명언을 언급하며, 건강하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노력할 것임을 피력했다. 기념 행사 이튿날에는 ‘라오스‐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포럼’이 열려 프로젝트의 현황과 주요 성과를 공유했다. 이날 라오스 보건부의 분꽁 장관은 “KOFIH 협력 사업이 라오스의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에 힘을 실어주었다며, 앞으로 보건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각지대에도 충분한 인력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주 라오스 한국 대사와의 면담, 라오스 보건부 장관 예방, 라오스 보건부 의료물자공급센터 및 국립의과대학병원 건축부지 방문 등으로 이어진 라오스에서의 일정. KOFIH는 생생한 현장을 영상으로도 담아 다큐멘터리(가제: 아세안 생명 프로젝트 - 착한 의료 현장을 가다)로 방영할 예정이다.

라오스-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포럼 현장에서 참가자들
힘차게 현재진행 중, 더 기대되는 미래

KOFIH가 라오스 보건부와 협력 사업을 시작한 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였다. 금액으로 보자면 무려 360억 원 규모다. 사업의 면면도, 이뤄낸 성과도 역시 독보적이다.
2016년부터 6년을 바라보고 시작한 모자보건중심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은 북동부의 2개 도, 시엥쿠앙과 후아판의 모자보건 서비스 이용률을 상승시켰다. 또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라오스 최북단에 위치한 탓에 국제기구 등의 지원이 전무한 퐁살리 지역에 모자병동을 건축하고 산부인과 관련 및 통계자료와 보건정보체계 운영 교육을 실시한 것도 반가운 성과다. 특히 이곳은 보건의료 상황이 매우 열악해 라오스 보건부 장관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미래를 내다본 신규 사업도 눈에 띈다. 연면적 1,040㎡에 달하는 라오스 보건부 산하 의료물자공급센터 건물이 지난 7월 시공에 착수한 것. 2020년 건축이 완료되면, 이곳은 라오스 전체 17개 도를 대상으로 한 정규적인 교육기관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라오스 감염병 진단 및 검역체계 구축, 국립의과대학 운영관리 컨설팅 등도 신규 사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기초부터 쌓고 다지기를 반복한 결과는 한국과 라오스 간의 신뢰를 두텁게 하고, 라오스의 의료수준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몰두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테다. 그래서 KOFIH는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모두의 눈에 삶이 근사한 선물과 같이 비치도록. 곁에는 오랜 동행, 라오스와 함께다.

Hope (왼쪽)라오스-이종욱펠로우십 10주년 기념 포럼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기념사진 (오른쪽)라오스 시엥쿠앙 분싸이 도보건국장과 KOFIH 최원일 사무총장이 감사패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