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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WHO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 출간 기념 북콘서트

    평등하고 합리적인
    세상을 추구한
    故 이종욱 박사의 여정

    • 글_ 이한경
    • 사진_ 김도균
  • 고(故) 이종욱 박사는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앞두고 서거했다.
    그는 ‘에이즈 없는 세상’을 꿈꿨고, 매년 150일 넘게 출장을 다니면서 ‘행동의 힘’을 믿었으며, 2004년 질병관리 컨트롤타워인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를 설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매 순간 역경을 극복하며 꿈을 완성해갔던 그의 여정을 담은 ❬영원한 WHO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출간 기념 북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전 세계 확진자 1억7800만 명, 사망자 387만 명(6월 24일 기준).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코로나19가 가져온 결과다. 전 세계인이 이 신종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소환된 이름이 있다. 제6대 WHO 사무총장으로 전 세계인의 질병 퇴치를 위해 앞장선 고(故) 이종욱(1945~2006) 박사다.
지난 5월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정동1928 아트센터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서거 15주년을 맞아 ❬영원한 WHO 사무총장 이종욱 평전❭(동아일보사)이 출간된 것을 기념하고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로부터 뒷이야기를 듣는 북콘서트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소규모로 제한됐고, 행사는 이 박사의 생전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박사는 2006년 WHO 총회를 앞두고 서거했다. 2003년 취임 일성으로 “2005년까지 300만 명의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에이즈 치료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에이즈 없는 세상’을 꿈꾼 남자였으며, 해마다 150일 넘게 출장을 다니면서 ‘행동의 힘’을 믿었고, 2004년 질병관리 컨트롤타워인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JW Lee SHOC)를 설치한 주인공이다. 전략보건운영센터는 현재 전 세계의 감염병 정보를 모으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종욱 박사에 대한 재평가 이뤄져

이날 좌담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구수환 PD와 엄상현 ‘동아일보’ 기자, 황인숙 방송작가 3인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엄 기자는 1년 준비기간을 거쳐 평전을 직접 썼고 황 작가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이종욱 박사가 서거한 지 15년이 된 지금 왜 평전이 나오는지, 왜 그 이름이 다시 부활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엄 기자는 “만약 WHO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이 박사가 소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역학관계 속에서 흔들리며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박사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명, 수만 명이 사망하는 암울한 상황을 정녕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 박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엄 기자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WHO의 역할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전 세계에 균형 있게 집행하는 컨트롤타워였다. 하지만 수많은 조직과 기구가 있다 보니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데 이 박사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이 분배와 집행을 잘했다고 한다. 이 박사는 WHO 사무총장 재임 중 당시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부시 미국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등과 관계가 돈독했는데 이는 그 자체로 그가 국제정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잘 맞춘 증거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올랐는데, 2003년 출마 당시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후보 9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인지도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출마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바꾼 이는 이 박사 자신이었다. 훗날 세계은행 총재가 되는 김용 박사를 통해 미국 하원의원 54명으로부터 지지서명을 이끌어냈고 이를 청와대와 외교부에 보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당선 과정에서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지지를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런 배경과 관련해 엄 기자는 “강대국 간의 긴장감에서 자유로운 한국인이라는 점과 다채로운 이해관계를 파악한 후 균형 있게 일을 처리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엄 기자는 “사심 없이 진심으로 일한 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구수환 PD의 물음에 “맞다. 이해관계를 떠나 치료제나 백신이 필요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망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 점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됐다”고 동의했다.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했던 황인숙 방송작가는 “1년여 동안 이 박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고민한 결과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날 때 집 한 채 남기지 못하고 꿈을 향해 달리다 보니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지만 본업인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 박사의 꿈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도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황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돈이 아닌 꿈을 위해 살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 박사가 마주한 현실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평등하면서도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엄 기자는 “그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평전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며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북콘서트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소규모로 제한됐다.
  • 이종욱 박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수환 PD, 엄상현 기자, 황인숙 방송작가(왼쪽부터).
KOFIH 지원으로 평전 제작… 6월 14일부터 시판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북콘서트의 마지막을 책임진 이는 추무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사장이었다. KOFIH는 WHO 사무총장 재임 기간 중 결핵과 소아마비, 에이즈 퇴치에 힘쓴 이 박사의 뜻을 이어 2006년 8월 18일 설립됐다.
추 이사장은 “2013년 이 박사 평전이 처음 나오긴 했지만 이번 책은 한국인의 감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이 박사의 삶과 생각이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그가 살아 있었다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공공재로 여겨 다 같이 나눠서 좀 더 뜻깊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 순간 역경을 극복하며 꿈을 완성해간 여정이 담긴 이 박사의 평전은 KOFIH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6월 14일 시판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