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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IH 문화산책
21세기 신종 감염병 바로 알기
  • 변이 바이러스의 잇단 출현…
    코로나19는 지금도 진화 중

    글_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지난해 12월 영국발(發) ‘B.1.1.7’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등 곳곳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일각에선 기존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에 대비해 만들어진 백신의 예방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1억2600만 명(3월 29일 기준)을 넘어섰다. 그동안 희망적인 변화도 있었는데,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약회사에서 코로나19에 대항할 백신을 개발해 접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이 개발되면서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맨 처음 발견된 곳은 영국이다. ‘B.1.1.7’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변이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등에서 각각 다른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났다. 3월 15일 현재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12종이다. 3월 29일 현재까지 국내에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밝혀진 사례도 289건이다.
지난 1월 1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규약 긴급위원회를 열어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각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로 변이가 나타나는지 감시해 전 세계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이 바이러스들이 기존에 퍼진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해외입국 자가격리자에 대한 현장 실태 점검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가 진화한 형태

원래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기침과 재채기, 콧물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지금까지 인류와 가장 가깝고도 오랫동안 함께했던 바이러스다. 변이를 잘 일으키는 탓에 감기를 100% 잡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비교적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2015년에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다. 이들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에 변이가 많이 생기면서 바이러스의 종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즉, 동일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지만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는 서로 다른 변종들이다.
한편 최근 전 세계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같은 코로나19 내에서 돌연변이가 작게 일어난 형태다.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서열 수준에서 조금씩 바뀌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변종 바이러스와 달리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숙주를 감염시키는 능력이나 증상을 일으키는 정도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바이러스의 기본적인 특성 자체는 기존 바이러스와 거의 같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기존 코로나19와 비교했을 때 유전적으로 0.07% 정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 치사율↓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도 기본적인 특성은 기존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대부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 중 일부는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보다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감염자가 더 많이 발생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연계에서 바이러스는 대개 진화할수록 전파력은 강하게, 치사율은 약하게 변이한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숙주를 빨리 죽이는 것보다 오래 살려두면서 기침이나 재채기, 콧물 등 가벼운 증상을 보이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체내에서 복제된 바이러스들이 침방울이나 콧물 등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 다른 숙주로 전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이하게도 영국에서 나타난 변이 바이러스인 B.1.1.7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약 75%, 치사율이 30% 이상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후에 나타난 변이 바이러스 중에서도 B.1.1.7처럼 기존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높은 것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백신의 예방 효과 떨어뜨릴 수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이제야 겨우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접종을 시작했는데, 변이 바이러스에는 백신이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백신은 기존 코로나19에 대비해 만들었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이와 다르다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입할 때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격하는 원리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했다면 그만큼 백신이 공격하는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대상으로 기존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들이 얼마나 예방 효과를 떨어뜨리는지 연구했다. 백신으로 생성되는 항체를 얼마나 잘 피할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 기존 코로나19에 비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20~40배, 브라질과 일본에서 나타난 변이 바이러스는 5~7배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백신이 전혀 무기력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체내에는 백신을 맞았을 때 생기는 항체뿐만 아니라 다른 면역세포들이 있으므로 예상보다 예방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한편 희망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노바백스는 3월 11일 영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한 결과, 예방효과가 기존 코로나19에 대해 96.4%,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86% 정도라고 밝혔다. 아주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기존 코로나19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중증이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을 100%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