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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KOFIH
The Way Forward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교육의 활용

    • 글_ 신좌섭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온라인 교육에 관한 몇 가지 불편한 사실들

코로나19 사태가 초청연수사업에 미친 영향은 치명적 수준이다. 국경봉쇄로 연수생들이 입국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이국땅에서 팬데믹을 겪는 두려움 때문에 애초에 입국을 포기하거나 연수를 중단하고 귀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연수를 강행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입국 2주, 귀국 2주, 총 4주의 격리를 거쳐야 했고, 귀국을 앞두고 국경이 봉쇄돼 특별 항공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이미 20여 년 전에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은 적이 있으나, 최근까지도 대입 인터넷강의나 법정의무교육 등 외재적 동기가 강한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의 대유행에 의해 순식간에 일상 속으로 밀려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은 아직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우선, 네트워크 환경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반시설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낮은 대역폭(low bandwidth)에서도 가능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의학 분야, 특히 임상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실천학습(hands-on practice)이 어렵다는 것도 중요한 장애다. 이 때문에 일부 임상과정의 경우 연수생들이 본국에서 온라인으로 이론학습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 실천학습을 하는 구조를 채택했으나 ‘이론-실천-이론-실천’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한편 연수교육의 목적이 지식·기술의 습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돼야 한다. 연수생들은 인지영역(cognitive domain), 정동영역(psychomotor domain)의 역량만이 아니라 한국의 선진적인 의료 환경,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데 온라인 교육으로는 이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인지·정동영역 교육에서도 대면교육에 비해 사회적·정서적 실존감(socio-emotional presence)이 낮아 교사-학생의 상호관계 형성이 어렵고, 교육계획을 학생의 개별적 특성에 맞춰 구사하는 유연한 접근이 어려울 뿐더러(high transactional distance), 동료학생 간에 비언어적 상호작용이 쉽지 않은 등의 한계가 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Zoom, Webex, MS Teams 등 실시간 화상회의 시스템은 매우 편리하지만, 사용자에게 적지 않은 피로감(Zoom fatigue)을 유발한다. 다른 참가자와 눈을 맞추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노력을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한 자리에 같은 자세로 오래 머물러야 하고, 자신의 얼굴을 포함한 다수의 얼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평소 자기 얼굴을 마주하고 관찰하는 것은 거울을 들여다볼 때 정도이지만 화상회의에서는 자기 얼굴을 계속 모니터하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고, 또 발언자의 얼굴이 확대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사용자는 발언자를 진화론적 측면에서 ‘짝(mate)’이나 ‘적(enemy)’으로 판별해야 하는 본능적 태세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과 대면교육의 혼합이 효과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온라인 테크놀로지로도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그간 필자가 이종욱펠로우십 보건인력교육 전문가과정 등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효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요약하고자 한다.
우선 온라인 교육과 대면교육의 혼합(blended) 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위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의 접근법으로, VOD를 통해 기본적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면교육을 통해 질의응답, 문제해결, 프로젝트 학습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소규모 대면교육조차 시행할 수 없는 엄격한 방역단계일 경우가 문제인데, 이럴 때는 대면교육을 실시간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 교육에는 지식전달 강의 VOD, 화상회의 시스템 줌, 상호작용 도구 등 3개 범주의 기술을 활용했다. VOD는 교수들의 편의를 위해 파워포인트에 음성을 입히는 정도 수준으로 제한하고 하나의 콘텐츠가 30분을 넘지 않도록 했으며, 추가 학습을 위한 참고자료와 과제를 제공하고 사후 테스트를 통해 스스로 학습 결과를 체크하도록 했다. 서울대 의대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통해 학습자들의 행동과 이력을 추적하는 데이터를 수집한 것은 물론이다.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해선 심화 강의, 질의응답, 브레인스토밍, 문제해결, 프로젝트 학습 등을 하도록 했는데, 동료 간 상호작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대면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룹토론-전체토론-그룹토론’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런 접근은 강사 1명 대 그룹 전체의 위계적 관계를 구성원 간의 다각적인 역동(dynamic) 관계로 바꿔주는 장점이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에는 그때그때 설문조사를 하는 기능도 대개 갖춰져 있어서 중간 중간 참가자들의 이해수준을 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
padlet, mural, miro, socrative 등 온라인 교육용으로 개발된 상호작용 기술도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구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mural, miro 등 브레인스토밍 도구를 활용하면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하여 온라인 카드에 적고 카드를 화면에 붙인 다음 비슷한 카드들을 군집화(clustering)하고 각 군집에 이름을 붙이는(naming) 카드 워크숍을 체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요컨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온라인 교육 테크놀로지는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치밀하게 설계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교수-학습 방법을 대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화상회의 시스템과 학습관리시스템 등의 라이선스가 구비돼야 한다. 둘째, 강사진과 연수생이 위와 같은 접근방식과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야 한다. 셋째, 훈련된 보조 진행 인력이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실시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집단대화를 하면서 miro 등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려면 강사 외에도 최소 2인의 보조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이쪽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투덜거리듯이 ‘오리가 물 위에 평화롭게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수면 밑에서는 오리발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온라인 교육이지만, 이번 과정에서 학습한 온라인의 강점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