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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신남방 국가 톺아보기
  • 한-아세안,
    함께하는   엔진으로


    • 글.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우리 정부는 한-아세안 관계가 미래 국익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신남방정책’을 표방, 아세안과 한 단계 높은 관계 발전을 추구해왔다. 소위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의 관계는 외교·경제 부문에서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 이들 나라의 ‘자국중심주의’ 정책이 대외관계에도 그대로 표출됨으로써 한국 외교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또한 강대국의 이해가 교차하고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아세안의 존재감은 최근 미·중 간의 문명사적 경쟁 구도 속에서 더욱 증대된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고양시켜 한국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신남방정책은 대외정책의 전략적 기틀이 되고 있다.
다양성 속의 조화와 단합을 지향하는 아세안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동남아 지역의 10개국(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브루나이,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으로 구성된 국가연합이다.
아세안은 1967년 동남아지역 5개국(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을 시작으로 이 지역의 협력과 단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후 10개국으로 늘어난 이 조직은 단지 동남아 지역뿐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긍정적 힘의 역할을 지혜롭게 수행해오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ASEAN+3(한·중·일)정상회의, EAS(동아시아정상회의: 한·중·일, 미국, 러시아, 인도 등 강대국 참석),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북한도 참석) 등을 통해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 이 지역과 세계의 안정적 질서형성을 위해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아세안의 인구는 6.5억, GDP(국내총생산)는 $2.9조(1인당 GDP $4,444)로서 싱가포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국이 신흥개발도상국이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는 의미도 된다.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단일가치를 추구하는 지역연합이다. 반면, 아세안은 다양한 정치체제, 경제발전단계, 종교, 인종 등으로 구성된 국가군이기 때문에 그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아가 지역 전체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한다는 이념과 정신하에 움직이고 있다. EU가 하나의 가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근년 들어 회원국 간에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아세안은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협력과 통합의 과정을 밟고 있다.
아세안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많다. 다낭, 푸껫, 보라카이, 발리, 앙코르와트, 바간, 루앙프라방, 싱가포르, 탕부롱, 코타키나발루 등을 위시하여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아름다운 자연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넘치는 지역이다.

한-아세안, 이웃이자 친구이자 동반자

올해는 한국이 아세안과의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며, 한-아세안센터(한국과 아세안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측간 합의로 설립된 정부 간 국제기구)가 설립 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경이적인 발전을 지속해왔다. 또한 과정은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성장의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한-아세안이 대화관계를 수립한 1989년에 양측 간 교역액은 72억 달러였으나, 2018년에는 1,600억 달러로 도약했고, 한국의 1인당 GDP도 5,700달러에서 30,000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통계 기준,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의 수출대상지역이 되었으며, 미국, EU에 이어 제3의 투자대상지역이 되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세운 스마트폰 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반이 넘는 1억 5천만 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 제조된 삼성전자 제품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놀라운 일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건설기업들도 아세안 각국의 빌딩,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항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여 아세안의 인프라 증강에 큰 기여를 해왔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빌딩, 하노이의 랜드마크 빌딩 등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 있다. 한류가 가장 넓고 깊게 사랑받고 뿌리내린 지역도 단연 아세안이다. 음악,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화장품, 패션, 음식 등 일상생활과 관련되는 많은 분야에서 한류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됐다. 이제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지역도 아세안이다. 2018년에 90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아세안 10개국을 여행했고 250만의 아세안인들이 한국을 찾았다. 아세안 여행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아세안의 명승지뿐 아니라 아세안 사람, 사회, 문화, 음식 등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이것이 아세안 사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국의 어느 지역에서도 베트남 쌀국수 식당을 비롯한 다양한 아세안 음식점에서 아세안 여행의 멋진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 정주하여 근로자, 다문화가정, 유학생 등으로 생활하고 있는 아세안인 공동체가 60만명, 아세안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36만 명에 이른다.
아세안과 한국이 유사한 역사적 경험, 즉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겪었다는 사실, 그리고 양측 모두 지역이나 세계를 지배하려는 패권적 야욕이 없다는 점도 양 국민들을 서로 가깝게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이 짧은 기간내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비슷한 고난의 역사를 공유하는 많은 국가들에 큰 희망을 주고 있으며, 특히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형 성장모델을 배우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이유다.

이제 아세안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은 정부와 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가 ‘한-아세안’ 관계의 정책적·전략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이 아세안 국가와 왕성한 교역이나 투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면, 아세안 국민들에게 한국 사회와 국민들에 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여러 나라에서 아세안 국민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아세안 국민들 대부분 겸손하고 친절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근면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행여 우리 마음에 자리잡기 쉬운 우월의식과 교만함을 버리고,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아세안을 존경하며 아세안과 함께 번영하는 한-아세안 공동체를 향해 노력해 나가려는 자세와 열정을 가지는 것이 시대적 요청임을 거듭 강조한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올해가 ‘아세안의 해’, ‘한-아세안의 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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