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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KOFIH
KOFIH 리포트
  • 더 건강한 지구촌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

    감염병 대응 과정 신설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 글_ 송준호
  •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도모해온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어느덧 15번째 해를 맞고 있다. 협력국의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진행해온 이 사업은 그동안 수치로는 가늠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둬왔다.
    비록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기에 처해 있지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체계를 개편하는 노력으로 건강한 지구촌 건설에 기여하고 있다.
이종욱 사무총장의 아름다운 유산,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지난 15년간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인력을 육성하고자 했던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의 의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의료 수준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네트워크까지 확장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시작은 2007년 우즈베키스탄 의사와 보건행정 관료 등 보건의료 관계자 11명을 국내로 초청해 진행한 한 달간의 연수였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2009년 11월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과 함께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획기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세부 과정도 신설되면서 점차 전문적인 체계를 갖춰갔다. 2010년부터 의공기사 과정이 마련됐고,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로 불리는 라오스 임상 과정도 2011년 신설돼 지난해까지 진행됐다. 2013년엔 보건정책 과정과 질병연구 과정, 2017년부터는 보건인력 교육 전문가 과정과 최고위 과정, 그리고 지난해엔 학위 과정과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효과는 사전교육부터 사후교육에 이르는 연속적 교육에서 비롯된다. 사전교육을 통해 국내 연수 준비를 강화하고, 현지 방문 컨설팅을 통한 교육 전이와 현업 적용도 강화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다른 연수사업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의사, 간호사, 교수, 보건행정가, 질병연구가, 임상병리사, 의공기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국가별 특성에 맞춘 중장기 연수와 1대 1 맞춤형 교과과정 운영을 통해 연수생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데서 현지의 보건의료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2020년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임상 과정(가나·몽골 모잠비크·캄보디아) 수료식.
맞춤형 개편으로 감염병 위기에 맞서다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KOFIH의 사업에도 여러 가지 변화를 불러왔다.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서도 감염병 관련 과정에 대한 협력국 측의 긴급한 요청에 부응해 신속한 대처를 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KOFIH는 감염병 유관기관과 협력해 연수 과정에 대한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질병연구 과정에 캄보디아를 추가하고, 감염병 관련 과정 예산도 지난해 1억8600만 원에서 올해 8억85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안전한 초청연수 운영체계도 새로 구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연수과정 체계에 전면적인 개편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면 중심으로 운영됐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대면과 비대면 요소를 적절히 배분해 운영하는 혼합 연수과정(Blended Program)을 개발했다. KOFIH 자체 집체교육으로 실시하던 필수 교육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또 연수 전(全) 단계에 대한 감염관리가 필요해지면서 연수 안전관리체계도 마련하게 됐다. 즉 코로나19 대응 초청연수사업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매뉴얼을 작성했으며, 연수 운영 단계별 방역관리와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KOFIH는 비대면 요소를 도입한 새로운 혼합 연수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추진했다. 이는 출입국 항공 일정이 변동되고 자가격리 기간이 추가되는 등 연수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자 대안 마련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대면 중심의 연수 프로그램 운영에 위험 요소가 발생한 이유도 있었다. 이에 따라 KOFIH는 연수 준비와 KOFIH가 직접 실시하는 필수 공통교육을 비대면 형태로 대체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 교육과정의 위탁운영체계에 비대면 요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추진했다.
대면 초청연수에서도 보다 안전한 진행을 위한 고민과 실천들이 뒤따랐다. 그중 돋보이는 것은 팬데믹 대응 종합 관리체계를 사전 구축한 것이다. KOFIH는 정부 방역절차에 따른 연수 운영 방안을 마련해 단계별로 실시하는 방식으로 방역관리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입국 및 격리, 연수 진행 과정별 관리를 위해 코로나19 대응 매뉴얼과 비상대책 안내서를 제작한 것이다. 입국 연수생에 대한 지원 계획이 수립되면, 그에 따라 방역 조치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 같은 체계적 방역관리를 통해 지난해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안전한 초청연수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난해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생들의 만족도가 전년도 97.8%에서 오히려 98%로 향상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KOFIH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협력국 유관기관과 KOFIH 간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해온 현지 KGA 글로벌 동문회 관리도 그런 취지의 사업이었다.
KOFIH 글로벌 동문회인 귀국 연수생 KGA 운영을 통해 사후 국별 보건 분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라오스의 약 23개 기관 200명이 참여한 KGA 총회를 진행하여 연간 활동성과와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수요에 따른 연수 후 활동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와 역량 강화에도 기여했다. 무엇보다 국별 보건부 수요에 적합한 사업 공동 개발과 운영, 연계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한국과 협력국의 보건의료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도 있었다.
KOFIH는 강사 양성교육(Training of Trainers)을 통해 초청연수의 파급 효과를 확대하기도 했다. 협력국의 의료기기 운영관리 기술지식 전파 교육에 대한 현지 요청이 증가하면서 강사 양성교육을 통해 지방 인력에도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기술인력을 섭외해 직접 현지 교육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자립역량을 강화하고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위기에서도 이런 맞춤형 사업을 통해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감염병 과정 입교식 및 오리엔테이션.
K-방역, 전 세계 감염병 공동 대응을 위한 교육과정 신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이후 다양한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각국에서도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문적 의료 인력 양성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지만,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의 경우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의 문제와 함께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KOFIH는 기존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서 감염관리 기본 이론을 포함해 신종 감염병에 대한 각종 대처 방법과 대응체계를 수립할 수 있는 과정을 신설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은 국립중앙의료원(NMC)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KOHI)이 감염병 대응 교육훈련 전문기관을 맡아 KOFIH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과 연계해 개발도상국의 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하는 기본 뼈대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으로서 대응 프로그램의 확대와 국가별 감염병 컨설팅 역량을 키워내 그에 대응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전략이다.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은 그 이름에 걸맞게 전문가 집단인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중앙응급의료센터 및 대학 등 NMC 및 KOHI 유관부서 전문가들을 운영위원으로 섭외해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별 내용의 타당도를 점검하고 교육 지원과 같은 필요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게 하는 것이다. 또 개발도상국 현지 실정에 맞는 감염병 교육 운영 방향과 인력 양성을 위한 발전 방향을 논의하며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교육 대상은 8개국(가나, 가봉, 라오스,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탄자니아)에서 온 감염 관련 의료인, 연구원, 정책 담당관 및 역학조사관 23인이다. 이들은 5~7주간 한국에 체류하며 감염병 정책 대응 및 관리를 위한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감염관리 기본 이론을 비롯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임상술기 교육을 이수했으며, 특히 K-방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감염병 위기 대응 정책 컨설팅 및 역학조사관 교육을 통해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협력에 함께했다.
또한 신설된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컨설팅 및 사후 지원도 진행될 예정이다. 과정 수료 후 교육생들이 귀국해 현장에 복귀한 후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필요한 부분을 사전 상담하여 현장 방문 혹은 온라인으로 컨설팅이 제공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교육생들이 현장에 돌아가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KOFIH는 신종 감염병 대응 경험이 적은 교육생들에게 한국 방역체계 및 의료 자원 등을 소개해 각국 상황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NMC 및 KOHI와의 면밀한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2020년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정책역학)
  • 가나 2020년 질병연구 과정(결핵).
위기를 기회로 돌파한 임상 과정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중 임상 과정은 연수생의 임상 진료와 간호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보건 및 병원 관리자로서의 정책역량을 함양하며, 이를 통해 협력국과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에 목표를 두는 사업이다.
이 과정은 의학교육개론을 포함해 신경과 질환 감별법, 근골격계 통증 관리 등 다양한 임상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의사 4명, 간호사 2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됐던 가나와 몽골 연수생들의 임상 과정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내용이 커리큘럼에 반영됐다. 신종 감염병 예방, 지역사회의학 등 시의성과 필요성이 높은 주제 강의가 확대 편성돼 K-방역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연수생들이 본국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물론 이번 과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수생의 입국이 지연되고, 과정 중에도 내원 환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상근 직원의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는 등 여러 제약사항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원내 방역지침을 연수생들이 잘 준수해 원활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했다. 공동 화상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이번 연수생들은 기본적인 지식수준이나 술기 능력이 우수해 체득도 빨랐고, 수료 후 본국의 의료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맞춤 교육으로 진화한 간호학 학위과정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중 간호학 학위과정은 신남방 4개국(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간호 인력을 대상으로 석사학위 연수과정을 통해 종양 간호 분야 중장기 교육과 연구, 임상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신설됐다. 지난해 진행된 과정은 베트남, 라오스의 간호 인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이 프로그램은 연수과정 종료 후에도 연수생 소속기관을 방문해 상급자 면담을 통한 ‘학생별 맞춤 현지 컨설팅’을 실시하고, 현업 적용을 제고하는 후속 지원방안까지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KOFIH와 연수생 및 연수생 소속기관과 지속적으로 교류함으로써 글로벌 보건의료 인재 양성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복안이 담긴 프로젝트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운영에서도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한 시기였다. 어수선한 현지 상황으로 인한 지원자 부족으로 연수생 선발이 연기되면서 입학일도 3월에서 9월로 변경되는 등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하지만 운영 주최 측에서는 교육 기간을 내용 변동 없이 3학기로 단축하는 한편, 전체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고 투입 인력 일정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상황에 대처했다. 학위논문 작성 시간 부족으로 학위 취득이 어려울 상황에 대비해 학위논문을 대체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입국 후 연수생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방역과 격리 조치로 최대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차후 반복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은 지도교수 추가나 지원 자격 확대, 연수생 선발이나 사후관리 같은 방안을 통해 보완할 방침이다.

연수생의 자립역량 키워낸 의공 과정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중 의공 과정은 연수 대상자의 의료 분야 의공기사와 의공 관리자의 역량 강화 및 협력국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의 위탁 운영으로 진행된 의공 과정은 5개국 9인의 의료기기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커리큘럼은 연수생의 해당 분야 의공기사 및 관리자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보건역량을 키우는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사전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수생의 요구에 기반한 연수 과목이 십분 반영됐다. 이를 통해 연수생들이 학습을 원하는 의료기기에 관련된 이론수업과 함께 의료기기 회사와 연계된 실습교육을 제공하며 연수생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의공기사와 연계해 진행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통해 의료기기 사용법, 유지보수 교육으로 의공 과정 연수생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수생들은 의공학의 근본 원리뿐만 아니라, 연수생들이 현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의료기기의 발전 방향까지 체득함으로써 해당 분야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연수생 6명은 이후 강사가 되어 가나 보건부 의공 워크숍(Biomedical Engineering Unit, BEU)에서 현지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감염 관리를 위한 의료기기 관리, 중환자 치료 및 전기수술기 등을 포함해 12개 세부 주제로 구성하여 의료기기 유지보수 이론 및 실습을 진행했다. 참여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전후를 비교해 측정한 학업 성취도는 평균 43.89점에서 64.68점으로 올랐고, 강의 및 강사에 대한 전체 만족도 역시 87.59점이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얻어내 전망을 밝게 했다.